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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터키 국가신용등급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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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미국인 목사 석방 문제에서 터키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17일 일제히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DPA통신은 터키 서부 이즈미르 상급법원이 테러조직 지원 혐의 등으로 구금 중인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에 대한 가택연금과 여행금지 조치를 해제해 달라는 변호인 요청을 재차 기각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런슨 목사 변호인 측은 "터키 법원이 브런슨 석방에 관한 세 번째 요청을 거부하고 가택연금 유지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브런슨 목사 변호인은 앞서 지난달 중순과 이달에도 터키 법원에 브런슨의 석방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는 아주 아주 나쁘게 행동했다"며 "우리는 앉아서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추가 제재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1993년 터키에 입국한 브런슨 목사는 2010년부터 이즈미르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가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번 구금 사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자 서로 우호적이었던 미국과 터키 관계를 악화시키는 불화의 원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브런슨 목사 석방을 압박하며 터키 장관 2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고, 이후 10일에는 트위터에 노골적으로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밝히며 터키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터키도 미국산 자동차(120%) 주류(140%) 잎담배(60%)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며 맞섰다.

미국과 터키 간 외교 갈등 탓에 터키 통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포함한 유럽 아시아 등의 신흥시장 통화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등 이에 대한 여파가 세계 각국으로 번졌다.

터키 경제가 흔들리면서 S&P와 무디스는 이날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각각 BB-에서 B+, Ba2에서 Ba3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 투기등급(정크)으로 떨어진 상태지만 한 단계 더 끌어내린 것이다.

S&P는 성명을 통해 "지난 2주간 터키 리라화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리라화 약세는 터키 정부의 재정과 기업 재무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최근 금융 부문 난관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계획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터키 리라화는 14일 이후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미국과 외교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다시 3.15% 급락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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