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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정제마진 2배 급증…정유사 `투톱`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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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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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최근 두 달 새 2배 급등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주가가 이달 반등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석유제품 공급 부족 현상이 국내 정유사 '투톱'의 실적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들 종목에 대한 실적 추정치를 낮춰왔던 국내 증권사들도 투자 의견을 높일 것이란 예상이다.

19일 정유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지난 15일 기준으로 배럴당 7.99달러를 기록했다. 6월 넷째주 평균 가격이 4.1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2개월도 안 되는 시기에 마진이 2배가량 상승한 셈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원자재 등 각종 비용을 뺀 수치로 마진이 상승할수록 국내 정유사 이익도 늘어난다.

지난 2분기만 해도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4달러대로 추락하며 '패닉'에 빠진 바 있다. 국내 정유사들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선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부터 정제마진이 6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최근 8달러 진입 '초읽기'에 들어가자 남몰래 신바람을 내고 있다.

이 같은 정제마진 상승은 아시아 지역에서 갑작스레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석유 공급과잉 '진원지'였던 중국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산둥 지역에 밀집된 중소 규모 업체들인 '차 주전자 정유공장'(티폿·Teapot refinery)이 2015년부터 중국 정부의 원유 수입 허가를 받으며 급성장해왔다. 이들의 가동률이 높아진 것이 지난 2분기까지 정제마진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티폿'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면서 이들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인도 정유공장들이 최근 설비보수에 들어가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4개월 만에 아시아 지역 원유 판매가격(OSP) 프리미엄을 낮춘 것도 정유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는 8월 '아라비안 라이트' 원유의 아시아 지역 OSP 프리미엄을 배럴당 1.9달러로 책정했다. 지난달 2.1달러보다 0.2달러 낮춘 것이다. 이처럼 OSP 프리미엄을 하향 조정하면 정유업계의 원유 도입 비용이 줄어들어 이익이 늘어난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는 휘발유·등유·경유 등의 수요 호조와 중국 티폿 업체 생산비용 증가로 인한 가동률 하락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정제마진이 견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공급 부족 현상에 따라 국내 1~3위 정유사들은 올 하반기 실적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 기준 1위는 SK이노베이션(8516억원)이고 이어 GS칼텍스(5846억원), 에쓰오일(4026억원) 순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 실적은 그룹 지주사 GS로 연결돼 포함된다.

이 같은 하반기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터키 사태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코스피는 최근 6거래일(8월 9~17일) 동안 2.4% 하락했지만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주가는 각각 6.6%, 7.3% 상승했다. 예상 밖 호조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글로벌 정치 상황과 지역 내 업체들 공급량에 따라 급변하기 때문에 정유사 실적을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올 3분기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3개월 전(5월 17일 기준)보다 16.6%나 낮췄다. 에쓰오일 추정치도 같은 기간 18%나 낮아졌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최근 정제마진 상승을 고려해 정유사들의 실적 추정치를 다시 올릴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체 영업이익에서 석유사업 기여도가 63%(2분기 기준)에 달한다.

특히 3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정제마진이 가장 낮은 시기다. 이 때문에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하반기 예상 이익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하반기 예상되는 신규 증설 규모도 하루당 52만배럴 규모로 상반기에 비하면 적다.

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도 정유사들에 호재다. 국내 정유사의 화학 부문에서 이익 기여도가 높은 PX 등 아로마틱 제품군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PX는 당분간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예상 실적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로 에쓰오일(10.3배)보다 저평가돼 있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작년보다 올해 영업이익이 9.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8.1%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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