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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조선업 중심' 울산 동구 외국인거리 가보니]문 닫은 가게 수두룩..."파리만 날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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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조선업 불황 한파에

음식점·카페 등 손님 '텅텅'

月임대료 300만원받던 가게

100만~200만원으로 떨어져

원룸 공실률도 30%로 3배 ↑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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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이상 지속된 찜통더위가 겨우 물러간 19일 바다를 끼고 음식점과 카페, 주점 등이 이어진 울산 동구 방어진 외국인 거리에도 바닷바람이 조금씩 시원하게 느껴진다. 방어진은 선박 건조 중심인 현대중공업 본사와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해양사업본부 사이에 있어 말 그대로 ‘중공업이 먹여 살리는 곳’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외국 선주사 감독관 등이 많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 술집이나 세계 각국 음식점들이 자리 잡았다. 이에 구청은 지난 2016년 이곳을 외국인 특화거리로 만들었다. 하지만 계속된 조선업 위기로 현재는 ‘외국인 없는 외국인 거리’란 비아냥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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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위해 4년 전 주점을 연 손순현(74)씨는 “퇴근 시간이 되면 늘 사람들로 꽉 찼는데 지금은 개시도 못 하는 날이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손씨는 딸과 직원 4·5명을 두기도 했지만 현재는 최저임금 상승까지 겹치면서 딸과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이 전부다. 그나마 손씨가 이곳에서 견딜 수 있는 것은 본인 소유의 건물로 임대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몇 걸음만 걸어도 문을 닫은 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큰길 모퉁이 가게, 전망 좋은 가게도 예외는 아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20여개 가게 중 4분의 1은 문을 닫았고 4분의 1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나경(53)씨는 “주택도 어렵지만 상가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며 “월 임대료가 300만원 하던 가게는 현재 100만~200만원 수준으로 절반으로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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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다음으로는 원룸이 타격을 받고 있다. 동구청이 집계한 방어동 원룸 공실률은 2016년과 2017년 10%였으나 올해는 30%로 3배 증가했다. 월세도 35만~40만원 하던 것이 20만~25만원으로 내려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달 말 해양플랜트 마지막 수주 물량인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가 출항하면 해양공장은 플랜트 일감이 완전히 끊긴다. 현대중공업은 일감 없는 이 공장의 일부 부지를 지난해 말 현대미포조선에 팔았고 나머지 부지에서는 조선사업부 물량을 일부 돌려 선박 블록을 제작하기로 하면서 완전 가동 중단 사태는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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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600여명에 이르는 인원 가운데 600여명만 일거리가 있고 2,000여명은 유휴인력이 된다. 노사는 이 2,000여명의 유·무급 휴가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이와 별도로 협력업체 직원 2,000여명은 계약 해지로 공장을 떠나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상황이 마냥 어려운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6월까지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조선 분야에서 모두 20건을 신규 수주했다. 수주 잔량도 94건이다. 7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01만CGT(52척) 중 절반에 가까운 97만CGT(22척)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수주 물량이 설계 등을 거쳐 본격적으로 건조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상황이 풀릴 것이란 전망이다.

방어동 원룸에 홀로 사는 협력업체 근로자 정모씨는 “다른 지역 조선소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1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하다”며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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