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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최악 폭염에 HMR 더 먹고 맥주·빵·수산물은 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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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이어지고 있는 역대급 폭염에 식품업계도 명암이 엇갈렸다.

더위에 갈증을 느낀 사람들이 늘면서 생수와 음료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생선·빵 등 기존에도 여름이 비수기였던 제품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여름이 성수기인 맥주는 지나치게 높은 온도로 오히려 판매가 줄었다. 실외활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외식업 전반이 타격을 받았다.

가정간편식(HMR) 중에서는 여름이 성수기인 냉면·삼계탕이 인기였다. 매운 것은 먹고 싶지만 밖에는 나가고 싶지 않은 '홈캉스'족 수요에 맞춘 '불맛' 가공식품도 인기를 얻었다.

비슷한 현상은 배달 쪽에서도 나타났다. 배달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찜·탕 등 뜨거운 음식들의 배달 주문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생수업계에 따르면 삼다수·백산수 등 생수업체 6~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급증했다. 편의점 CU에서도 생수 판매량이 지난 한 달간 전년 대비 15%, 전월 대비 30% 늘어났다. 얼음·음료·아이스크림 등도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름이 성수기인 가공식품은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폭염으로 매장에서 먹기보다는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간편식 냉면은 7월 한 달간 100억원 이상 팔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2%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7월 삼계탕 PB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고, 하림·마니커 등 기존 육계업체 브랜드 삼계탕도 전년 동기 대비 19% 더 팔렸다.

과거에는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매운 안주들도 가정간편식 판매가 늘었다. 대상의 안주 브랜드 '안주야(夜)' 월매출이 6월에는 전월 대비 28% 증가한 데 비해 7월에는 5월 대비 40% 늘어났다.

반면 여름이 성수기인 맥주는 오히려 판매가 줄어들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7월 13~30일 맥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 하락했다. 통상 기온 33도까지는 맥주 매출이 늘어나지만 이를 넘어서면 오히려 맥주를 덜 마시게 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여름이 비수기인 빵류도 판매가 저조했다. A프랜차이즈는 빵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정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변질 가능성이 높아진 생선류는 예년 여름보다 수요가 줄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8월 1~16일 생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들었다. 대풍으로 가격이 폭락한 갈치는 매출이 31% 감소했고, 고등어 매출도 2% 줄었다. 꽁치와 참조기 역시 매출이 각각 10.6%, 27.7% 감소했다.

외식업도 타격이 컸다. 외출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주 52시간 근무 도입 등으로 기업 회식이 줄어든 데다 폭염까지 겹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외식업체 중에서도 여름이 성수기인 곳은 전년 대비 매출 상승을 경험했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인 배스킨라빈스는 전년 대비 매출이 약 20% 늘었고(7~8월 기준),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은 7월 매출이 전년 대비 16.5% 상승했다.

폭염으로 배달 주문도 크게 늘었다. 주문 앱 '배달의민족'의 지난달 주문건수가 처음으로 2000만건을 돌파한 가운데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선 7월 넷째주 주말 배달의민족 주문 수는 둘째주보다 17%나 증가했다. 감자탕·닭볶음탕·찜닭 등이 속한 찜·탕 카테고리 주문(8월 1~16일)은 폭염이 찾아오기 전(7월 4~19일)에 비해 오히려 23%나 증가해 같은 기간 10% 늘어난 치킨보다 증가폭이 높았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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