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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8만원어치 훔쳤다고 직원 해고하는 것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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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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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문제없이 일해온 직원을 "8만1500원어치 상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징계해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83년 지역농협에 입사해 33년째 일해온 이모씨가 갑자기 회사로부터 형사고발과 징계해직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해 4월과 7월의 일이다.

해당 지점 마트 매장관리 업무로 발령받은 지 일 년 만에 재고조사에서 문제가 생겼고, 회사는 "이씨가 8개월 동안 8만1500원어치 상당의 상품을 가져갔다"며 절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초범이고, 뉘우치고 있으며, 피해를 변제한 점" 때문에 검찰에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회사 인사위원회는 이씨를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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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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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민사합의 12부(부장 김중남)은 이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해직 무효확인 소송에서 지난달 12일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우유는 대리점 사장에게서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받은 것" "아이스크림은 노점상을 하는 지인이 준 것을 냉장고에 넣어둔 것" "두유는 다른 직원이 사준 것을 가져간 것" 등 훔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져서는 아니었다.

재판부는 "이씨가 8만1500원어치 상당의 물품을 절취하였고, 절취 행위는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절취 행위를 저질렀다고 해서 곧바로 해직의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 사건 징계해직 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므로 무효"라고 봤다. 이씨가 저지른 죄에 비해 처벌이 너무 무거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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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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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복직시키고 밀린 급여 7600만원 지급"
재판부는 "절취한 물품의 가액이 소액이고 그 피해회복이 이루어진 점, 이씨가 30년 이상 근무하며 그동안 다른 사유로 징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씨의 평소 근무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등을 살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해고는 근로자의 생활기반을 붕괴시키는 처분이므로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 사건의 경우 해고 외의 다른 징계처분으로도 충분히 징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지역 농협이 이씨를 복직시킬 것과 함께 해직처분 이후 주지 않은 10달치 급여 7627만 7720원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되면, 해직 처분이 없었더라면 지급했어야 할 월급들도 뒤늦게 줘야 하기 때문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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