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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반기성의 날씨 바라기] 밥알이 식기에 붙으면 맑고, 잘 떨어지면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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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밥상을 들고 나간 자리에 / 밥풀 하나가 오도마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 바깥을 나가려던 참에 다시 되돌아보아도 / 밥풀은 흰 성자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이해인의 시 ‘밥풀’ 중) 방바닥에 떨어진 밥풀 한 알에서 성자(聖者)의 모습을 발견한 수녀 시인의 시를 읽다 보니 잔잔한 웃음과 함께 경건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사람을 비롯한 천지만물의 기운(氣)에는 쌀(米)이 들어있다. 요즘처럼 쌀이 흔할 때에는 남기거나 흘린 밥알 하나가 대수로울 수도 있겠지만, 주식이 귀하던 옛 시절에는 흘린 밥알 하나로 집안에 불호령이 나기도 했었다.

‘밥알이 식기에 붙으면 맑고, 잘 떨어지면 비’라는 속담이 있다. 밥알이 식기(食器)에 붙으면 날이 맑다는 말은 공기 중에 습기가 적어 건조하다는 뜻이다. 습기가 적기 때문에 밥알은 금방 말라 식기에 붙게 된다. 맑은 날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주로 북서풍 계열의 건조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높아지기 때문에 습도는 낮아진다.

그러나 밥알이 식기에서 잘 떨어지는 날은 저기압이 들어오는 날이다. 그만큼 공기 중에 습기가 많다는 뜻이다. 기압골이 접근하면 남서풍계열의 바람을 따라 해상의 습한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습기가 많아진다. 또 구름이 들어와 공기의 온도도 낮아지므로 습도는 증가한다. 따라서 맑은 날은 습도가 낮아 밥알이 식기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고, 기압골이 들어와 습도가 높은 날은 식기 표면이 미끄러워 밥알이 잘 떨어지는 것이다. 이해인 수녀가 방바닥에 흘린 밥알을 보고 시를 썼던 날은 아마도 곧 비가 내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흥부놀부전’ 중의 대사다. <흥부: 형수님. 쌀 좀 꿔주이소 / 놀부아내: 뭐라고?? 여기는 남, 녀 유별이 있는 곳인데 (주걱으로 뺨을 때리며) 빨리 나가라!!! / 흥부:(얼얼한 뺨을 만지면서) 밥풀이다. 밥풀 쩝쩝.. 형수님 이왕이면 이쪽도 때려주십시오 / 놀부아내: (부지깽이로 흥부를 때리면서) 빨리 꺼져!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마저 깬다는 놀부아내이 성정이 어릴 때는 너무 미웠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흥부 뺨에 붙었던 밥풀은 오랫동안 남았을까? 아니면 바로 떨어졌을까? 배고픈 아이들 먹이려고 뺨에 붙은 밥풀을 붙여 가려면 맑은 날이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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