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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박원순 '옥탑방 구상' 발표...철도 4개, 돌봄시설 90% 비강남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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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 띄우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갈수록 심화하는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지부진했던 비강남권 4개 철도 노선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진행하고, 신규 돌봄 시설의 90% 이상을 비강남권에 배치하며, 서울시의 공공기관을 강북으로 이전하는 것 등이 골자다. 박 시장은 19일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 보고회를 개최하고 ‘강북 우선투자’ 전략을 담은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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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 입주한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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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지난 7월 22일부터 이 날까지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 살며 강남·북 균형 발전 방안을 구상했다. 해법의 시작점은 ‘골목’과 ‘마을’이라고 박 시장은 설명했다. 그리고 방향은 ‘강북 우선투자’라고 강조했다. 과거 1970년대 강남을 개발할 때처럼 교통과 도시계획, 주거 등에 대한 집중 투자를 진행해 낙후된 생활기반시설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형마트 입점 등의 영향으로 붕괴한 골목경제를 주민 중심의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로 부활시킨다는 것도 박 시장 구상의 큰 축이다.

세부 실행 전략을 보면 박 시장은 △교통 인프라 확충 △주거환경 개선 △지역경제 자생력 강화 △교육·문화·돌봄 시설 확충 △공공기관의 전략적 이전 △재정투자 패러다임 전환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균형회복을 위한 불균형 전략’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교통과 인프라 확충에는 과거 민자사업으로 계획됐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못한 비강남지역 도시철도 사업 4개 노선을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2022년까지 착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4개 노선은 면목선, 우이신설 연장선, 목동선, 난곡선이다. 열악한 비강남권 도시철도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경제성 위주의 투자원칙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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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하기로 한 비 강남지역 4개 노선.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또 오르막과 구릉지가 많은 곳에는 경사형 모노레일이나 곤돌라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 5개 권역에 각 1개씩, 2022년부터는 자치구별로 1개씩 이런 교통수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주차공간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유차량인 ‘나눔카’를 강북부터 활성화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차를 사지 말고 나눠 쓰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공공시설에 공유차량 우선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그래도 부족한 주차 공간은 시비로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주거환경 개선 방안을 보면 저층 주거지의 72%를 차지하는 노후주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22년까지 1000가구의 빈집을 사들여 청년·신혼주택 4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소규모 정비사업을 활성화한다. 건폐율과 용적률, 주차장 설치기준을 완화해 주택 개량이 쉬워지도록 돕고, 맹지처럼 개별 신축이 어려운 곳은 건축협정을 통해 새로 짓는 방안을 찾는다.

이 밖에 20가구 미만의 단독·다세대 주택이 추진하는 자율주택 정비사업을 시가 지원하고, 노후주택을 수리해 쓰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도 확대한다. 또 지중화 사업도 비강남지역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역경제 자생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도시재생이나 집수리 사업 등을 집수리 협동조합 같은 지역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주체에 맡기는 방안 등을 통해 지역 내에서 수익과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익이 다시 지역 내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

교육·문화·돌봄 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대부분 비강남권에 있는 대학을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학과 주변 고등학교를 연계해 다양한 교육과 진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 또 체육관이 없는 동북권 29개 학교에 2022년까지 체육관 설치를 완료하고, 도서관도 비강남권에 총 20곳을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신규 돌봄 시설의 90% 이상을 비강남권에 세우고, 강북권에 어린이 전문병원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도 추진한다. 강남권에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서울연구원, 인재개발원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시는 대상 기관을 연말까지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재정투자 분야의 경우 1조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별도로 조성해 쓸 예정이다. 1990년대부터 기계적으로 적용하던 1자치구 1시설 방식의 공공시설 건립기준을 바꾸기 위해 지역 간 불균형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서울형 균형발전기준선을 만들어 내년 예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날 강남·북 격차는 과거 1970년대에 이뤄졌던 도시계획의 정책 배려, 교통체계 구축, 학군제 시행, 대량주택공급 등 강남 집중 개발에 기인한 것"이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결단과 투자, 혁명적인 정책 방향 전환 없이는 과거와 같은 정책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북 우선투자라는 균형발전정책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내실 있는 변화,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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