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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폼페이오 4차 방북 가시화...''이번에도 빈손이면 미북 판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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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가시화하면서 장기간 막혀있던 미북 비핵화 협상의 체증이 해소될 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더 밝은 미래로 향하는 길에 대해 그들(북한)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며 "머지 않아 ‘큰 도약’(big step)을 만들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지난 14일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남북 고위급회담 결과를 공유하는 통화를 가진 뒤, 트위터에 "미국과 북한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도니 비핵화)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잇따른 ‘진전’ 발언은 미북이 물밑 접촉을 통해 어느정도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벌써 네 번째나 방북하는 것은 전례 없는 속도감이 있다는 것"이라며 "(미북 비핵화 협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 北, 핵무기 리스트 제출할까

미국과 북한은 현재 종전선언과 맞바꿀 핵 신고서의 내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핵 신고서에 핵 생산시설은 물론 핵무기와 핵물질, ICBM 등 실질적인 핵무력 목록을 담고 이 중 일부를 반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핵 무력 리스트 제공은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미북 간 쟁점 사항은 신고 목록의 대상을 확정짓는 것"이라며 "북한은 핵물질 생산시설까진 리스트를 제공할 수 있지만 핵무력까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북한이 핵무력 목록과 함께 일부 핵무력을 ‘프론트 로딩’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무력의 일부를 내놓지 않으면 비핵화 회담 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보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17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어떤 의도도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다음에 군축이나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워싱턴 내 부정적인 평가를 잠재우기 위한 비핵화 성과가 절실하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 3차 방북 이후 ‘빈손 방북’ 비난에 시달렸던 폼페이오 장관이 성과에 대한 확신없이 4차 방북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에선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미북 간 물밑 협상으로 조율한 핵 신고와 종전선언 교환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매듭지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빅딜이 성사되면 9월 말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에서 핵 신고-종전선언을 합의하면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정상이 종전 선언을 하는 게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여기에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결단을 촉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조미관계는 미국 내 정치싸움의 희생물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미국 내 정치싸움의 악영향을 받고 있는데 현 조미(북미)관계 교착의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며 "반대파들이 득세하여 대통령이 서명한 싱가포르 공동성명도 외면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한갓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마저 채택 못 하게 방해하는데 우리가 무슨 믿음과 담보로 조미관계의 전도를 낙관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해 ‘정치적 선언’이라고 낮춰 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미국 측의 종전선언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줌으로써 ‘조기 종전선언’이라는 실리를 얻기 위한 언행으로 풀이된다.

◇ 4차 방북마저 무위에 그치면… 미북 대화 판 깨질 수도

폼페이오 장관이 만약 4차 방북에서도 빈손으로 돌아오면 향후 미·북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될까.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도 폼페이오 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면 트럼프 행정부는 더이상 비핵화 협상이 국내 정치적으로 유용하지 않다고 보게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면 비핵화 협상 판이 깨지게 된다"고 말했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만약 3차 방북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향후 협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국 역시 이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을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 양측의 입장차가 많이 좁혀졌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최종 확인하는 시험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제출할 핵 리스트가 첫번째 리트머스 용지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은 핵 신고서에 어떤 핵 관련 시설을 갖고 있는지 신고해야 한다"며 "북한에는 미국이 알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이 알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시설들이 있다. 신고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시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사전에 파악한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이 핵 신고서에 모두 기재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북한의 진정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차 방북 당시 불발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김정은과의 면담에선 대북 제재 완화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최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 현장을 시찰한 자리에서 "관광지구건설과 같은 방대한 창조 대전은 강도적인 제재 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고 당의 권위를 옹위하기 위한 결사전"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전했다.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이 공개 석상에서 직접 대북 제재에 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발언은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라 폼페이오의 방북에 맞춰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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