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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예일대생에게도 적용되지 않은 ‘Yes Means Yes rule’…안희정 재판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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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할로윈 밤 때 여학생 성폭행 혐의

배심원단 "증거 불명확 하다" 무죄 판결

중앙일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극도의 비대칭적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굴복시켜 간음한 중대범죄"라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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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제시한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은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성관계를 한 경우 이를 강간으로 간주하고 처벌하는 하는 데 반해 ‘예스 민스 예스 룰’은 상대방이 명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모든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원칙이다.

1심 재판장인 서울서부지법 조병구 부장판사는 “두 가지 룰이 입법화되지 않은 현행 성폭력 범죄 처벌 법제 하에서는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10월 할로윈 저녁에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예일대생 사이폴라 칸(25)의 재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법정에서 예스 민스 예스가 어떻게 흐려지는지 보여주는 예일대 성폭행 사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도덕적 기준의 법률화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중앙일보

지난 2015년 예일대 기숙사에서 일어난 강간 사건의 피의자(왼쪽)에게 지난 3월 무죄 판결이 났다. 피의자에게는 '예스 민스 예스 룰'이 적용되지 않았다. [예일대학신문 캡처, 예일대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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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 지방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칸에 대해 무죄 결정을 내렸고 칸은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명확하게 성폭행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같이 합의했다.

피해자는 사건발생 당을 친구들과 캠퍼스 밖의 파티에 참석해 몇 잔의 술을 마신 후 학교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갔는데 너무 취해서 친구들을 잃어버렸다고 증언했다. 이때 친구 대신 아는 얼굴이었던 칸을 만났고 칸은 그녀가 술에 취해 토할 때 곁에 있었으며 그녀를 기숙사에 데려다주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눈을 떠 보니 칸이 자신의 위에 엎드려 있어 밀쳐내려고 했고, 밤에 옷을 다 입고 누웠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땐 누드 상태였으며 자신의 다리에 상처가 나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며칠 후 그녀는 예일대 성추행 및 성폭행 리소스 센터를 찾아갔고 센터의 행정관은 경찰에 신고했다. 오직 ‘예스 민스 예스’ 동의를 뜻한다고 교육받아온 예일대학교의 학내 성범죄위원회는 칸이 성폭행했다고 판단했다. 예일대는 칸에게 정학처분을 내렸고 경찰은 칸을 체포했다.

하지만 칸은 그녀가 자신을 방안으로 들어오게 했으며 스스로 옷을 벗었다고 반박했다. 칸의 변호팀은 피해자가 의식이 대체로 명확했고, 너무 섹시한 할로윈 의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사건 발생 후 피해자가 칸에게 보낸 문자가 유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익명의 배심원은 “피해 여성이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를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피해 여성이 제시한 기숙사 폐쇄회로TV(CCTV) 화면이 결정적 판단 기준이 됐다. 또 다른 익명의 배심원은 “비디오를 반복해서 보고 또 봤다”며 “하지만 그녀가 다리를 끌며 끌려가거나 눈을 감은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캠퍼스 내에서 허용되는 성관계의 기준과 법적 기준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의에 대한 학내 규칙에 관한 책을 쓴 바네사그리고리아디스는 “배심원들이 성폭력 대해서 법적인 해석을 하려 하지만 학생들과 행정가들은 도덕적 성관계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로 정의되지 않는 비도덕적인 성관계에 더 비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교육학자 재클린 프리드먼은 “동의란 법률적인 형식은 아니지만, 우리 법률에 반영되어야 하는 진정한 도덕적 가치다”라며 도덕적 기준이 법률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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