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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김현주의 일상 톡톡] '소확행' 가져다주는 디저트…자기만족 vs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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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富)와 명예, 성공과 같은 거창한 목표를 통해 커다란 행복을 바라기 보다는 큰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소확행 의미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디저트입니다. 커피와 빵, 아이스크림과 같은 다양한 간식거리는 달콤하고 상큼한 맛을 통해 지친 일상에 힘을 북돋아주고, 스트레스나 우울함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디저트를 먹는 시간이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행복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인 부담도 비교적 덜해 조금은 비싼 유명 디저트를 통해 ‘작은 사치’를 부리고 싶어하는 이들도 늘어난 모습입니다.

디저트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디저트가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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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85.5%는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것은 소소한 행복을 준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많이 공감하는 편이었다. 2명 중 1명은 디저트만큼 한번쯤 사치를 부려 볼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디저트를 먹는 가장 큰 이유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가 아닌 기분전환용이라고 답했다.

가장 즐겨 먹는 디저트는 커피로, 대부분 점심 및 저녁식사 직후에 많이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절반 가량(46.3%)은 전에 비해 지출하는 디저트 비용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73.1%는 남들이 먹지 못한 특별한 디저트를 먹어본 경험은 좋은 대화 소재라고 생각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평소 맛집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디저트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상적으로 디저트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아 가는 가운데, 디저트를 통해 작은 위안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전체 응답자 89.1%가 요즘은 식사 후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느낄 만큼 우리사회에 디저트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연령에 관계 없이 디저트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20대 92%, 30대 89.2%, 40대 87.6%, 50대 87.6%)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요즘은 디저트 맛집을 탐방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느낌이라는데 10명 중 7명(72.6%)이 공감하기도 했다.

2명 중 1명(47.8%)은 스스로 요즘 들어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밝혔는데, 주로 여성(남성 42%, 여성 53.6%)과 젊은 층(20대 56%, 30대 50.4%, 40대 42.8%, 50대 42%)이 현재의 디저트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식사 후 디저트를 먹는 문화가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경우(17.7%)는 드물었다. 다만 아무리 맛있는 디저트라고 하더라도 긴 줄을 서서 먹을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58.6%)는 것이 다수의 시각이었다.

◆전체 85.5% "디저트 소소한 행복 준다"

디저트는 일상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인 동시에 위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68.1%)이 요즘 디저트를 먹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응답했으며,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다는 것은 자신에게 소소한 행복을 준다는데 85.5%가 공감한 것이다.

그만큼 달콤한 디저트가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위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특히 젊은 세대가 디저트를 먹는 시간이 행복하고(20대 76%, 30대 68.8%, 40대 62.8%, 50대 64.8%), 디저트 취식이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20대 92%, 30대 88.4%, 40대 79.6%, 50대 82%)는 것을 더욱 많이 느끼고 있었다.

때론 식사보다 디저트가 더 좋을 때가 있다는 소비자도 10명 중 6명(58.8%)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기왕이면 맛있는 디저트에 좀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 절반 가량(52.1%)이 디저트만큼 한번쯤 사치를 부려볼 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남성(46.2%)보다는 여성(58%), 젊은층(20대 61.2%, 30대 52.4%, 40대 50.4%, 50대 44.4%)이 디저트를 통한 ‘작은 사치’를 부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 보였다.

대부분(81.9%) 한 끼 식사값을 훌쩍 넘는 디저트를 먹는 사람들이 요즘 많아지는 것 같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지불 가능한 몇 만원 선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는 사회전반적인 인식(82.4%)이 디저트에 대한 태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디저트는 채워지지 않은 허기를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만 먹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평소 많은 사람들이 디저트를 먹는 가장 큰 이유가 기분전환을 위한 목적(42.5%, 중복응답) 때문인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물론 식사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디저트를 먹는다(35.7%)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바쁘고 정신 없이 흘러가는 일상생활에서 디저트를 통해 작은 위안과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맛있는 ‘맛’을 경험해보고 싶어서(32.7%) 디저트를 먹는 소비자도 상당히 많았으며, 소소한 대화의 시간을 위해서(32.3%) 디저트가 필요한 경우도 많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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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휴식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을 때(24.4%)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24%)도 디저트를 많이 찾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맛있는 맛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37.3%) 디저트를 먹는다는 응답을 많이 했는데, 그만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유명 디저트를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男 '양' vs 女 '매장 분위기' '비주얼'

소비자들이 디저트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단연 맛(88.8%·중복응답)으로, 성별(남성 87.4%, 여성 90.2%)과 연령(20대 90.8%, 30대 90.4%, 40대 88.4%, 50대 85.6%)에 관계 없이 맛을 우선시하는 태도는 공통적이었다. 디저트의 ‘맛’만큼이나 가격(73.5%)도 중요한 고려요소였다. 그 다음으로는 디저트의 양(31.6%)과 디저트를 먹는 매장의 분위기(25.9%), 주변인의 추천 여부(25.5%), 디저트의 비주얼(24.7%), 메뉴의 차별성(23.1%)을 고려한다는 소비자가 뒤를 이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디저트의 양(남성 37%, 여성 26.2%)을 많이 따졌으며, 여성 소비자들은 매장 분위기(남성 22.4%, 여성 29.4%)와 주변 추천(남성 23%, 여성 28%), 디저트의 비주얼(남성 19%, 여성 30.4%)에 대한 고려도가 좀 더 높은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SNS 중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경우 장식이나 디자인 등 디저트의 비주얼(30.9%)을 많이 고려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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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디저트를 먹는 시간대는 점심식사 후(55.4%·중복응답) 또는 저녁식사 후(48.3%)로, 보통 식사를 마친 후에 습관처럼 디저트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아침식사(7.4%)와 점심식사(4.2%), 저녁식사(4.2%) 등 식사 대용으로 디저트를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디저트를 찾지 않고, 식사와 별개로 디저트를 바라보는 것이다. 평소 디저트를 함께 먹는 대상으로는 배우자(41.1%·중복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는데, 특히 남성이 배우자와 디저트를 먹는 경우(남성 46.8%, 여성 35.4%)가 많은 모습이었다.

직장동료(33.8%)와도 디저트를 많이 먹는 편으로, 점심식사 이후 자연스럽게 디저트를 먹는 직장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다음으로 동성친구(32.1%)와 주로 디저트를 함께 먹는다는 응답이 여성(남성 18.8%, 여성 45.4%)을 중심으로 많았으며, 혼자서 디저트를 먹는 사람들(31.8%)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체로 젊은 층일수록 혼자 디저트를 즐겨 먹는 경향(20대 41.6%, 30대 30.4%, 40대 27.2%, 50대 28%)이 뚜렷했다.

◆10명 중 5명 "전보다 디저트 지출 비용 늘었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차별화된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절반 이상(56.3%)이 요즘 색다르거나 이색적인 디저트에 관심이 간다고 응답한 것으로, 역시 여성(남성 52.8%, 여성 59.8%) 및 젊은 층(20대 67.6%, 30대 61.6%, 40대 50%, 50대 46%)이 차별화된 디저트에 대한 관심도 많이 드러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요즘에 이색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듯하고(87.6%), 예쁘고 특이한 디저트가 대세인 것 같다(83.2%)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다.

반면 디저트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11.8%)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별한 디저트를 먹어 본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전체 73.1%가 남들이 먹지 못한 특별한 디저트를 먹어본 경험이 좋은 대화소재가 된다고 바라봤으며, 일부 사람들(36.4%)의 경우에는 비주얼이 남다른 디저트는 SNS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도 내보였다. 특별한 디저트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서 자랑하고 싶은 욕구는 특히 여성(39.6%)과 2030대(20대 44%, 30대 42.8%), 인스타그램 사용자(49.2%)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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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디저트 가격이 밥값만큼이나 비싸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 끼 식사비용을 7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1회 지출하는 디저트 비용은 평균 6799원으로 평가된 것이다. 이는 식사값의 97.1% 수준으로, 밥값이나 디저트 가격에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체로 디저트에 대한 관여도가 높은 여성(남성 6422원, 여성 7175원) 및 2030대가 디저트 지출 비용이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욱 강했다. 디저트 지출 비용이 예전보다 증가했다고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디저트 비용의 지출 변화를 물어본 결과, 절반 가까이(46.3%)가 예전보다 디저트를 먹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한 것 같다고 응답한 것이다.

◆사상 최고 폭염 속 빙수 '好好'

여름철 대표적인 디저트는 뭐니뭐니해도 빙수다. 111년 만에 찾아온 사상 최고 폭염에 디저트로 잠시나마 더위를 식혀줄 빙수를 찾는 이들이 증가했다. 편의점 CU(씨유)에 따르면 지난달 빙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약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 차가운 음료와 빙과류보다 얼음을 더욱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빙수의 시원한 매력이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빙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팥빙수부터 초콜릿과 과일 등 다양한 디저트가 가미된 특색 있는 빙수까지, 다양한 빙수 메뉴가 올여름 소비자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수년 전부터 '빙수 대중화'를 이끌어온 커피프랜차이즈전문점 카페베네도 오감을 만족시키는 맛과 비주얼의 빙수 메뉴가 디저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카페베네 인기 빙수는 빗살무늬토기와 닮은 빙수 그릇에 사각사각 씹히는 얼음과 각종 재료가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선사한다. 정통 빙수인 ‘팥빙수’는 특제 단팥과 떡이 어우러져 빙수 기본의 맛을 충실하게 갖췄다. 초콜릿과 과일을 활용해 디저트의 달콤한 매력을 한껏 살린 메뉴도 있다. ‘초코악마빙수’는 자체 개발된 진한 초코베이스에 초콜릿 쿠키를 가득 올려 진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맛을, ‘베리딸기빙수’는 국내산 딸기를 가득 넣어 딸기의 상큼하면서도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쿠키앤크림빙수’는 부드러운 밀크베이스에 고소한 오레오 쿠키를 넣어 씹는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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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계자는 "작지만 나를 위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며 디저트를 찾는 이가 증가한 것은 물론, 전국적으로 40도까지 치솟는 폭염에 지친 고객들이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빙수를 많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소확행 트렌드 확산은 피로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확실한 방법을 강구한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거에는 가족과 친구 등 사람을 상대하면서 자연스럽게 힐링을 추구했다"면서도 "이젠 힐링 자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을 찾고 있다. 경쟁적인 가치가 주목받는 사회다 보니 개인의 피로지수를 순간적으로라도 낮게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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