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무리한 영장’ 역풍 불가피
수사종료 맞춰 재판에 넘길 듯
드루킹 일당 대선전후 댓글 조작
8800만번 클릭… 경찰 수사 48배
文정부 출범후 9개월간 여론 조작
재판 내내 현 정권에 부담될 듯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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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 지사를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의 댓글 조작 공범으로 수사를 해 온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역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청구된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지사를 구속하는데 실패한 특검은 수사 종료 시점에 맞춰 김 지사를 재판에 넘겨 유무죄를 다투겠다는 방침이다. 그 동안 수사를 통해 김 지사의 유죄를 입증할 정황은 충분히 확인했다는 게 특검 입장이다.
실제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A4 용지 8장 분량의 김 지사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김씨 일당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등을 이용해 네이버 기사 7만5,000여건의 댓글 118만개에 공감ㆍ비공감 버튼을 약 8,800만 번을 부정하게 클릭했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방문해 킹크랩 초기버전을 시연했고, 김씨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이 프로그램 사용을 승인하고, 기사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특검 조사 결과는 기존 경찰 수사와 추가기소 때 드러난 김씨 일당의 댓글조작 규모에 비교하면 각각 48배, 8배 늘어난 수치다. 경찰은 김씨 일당 4명에 대해 2018년 1월17~18일 동안 기사 537건의 댓글 1만6,658개에 184만3,048회 공감ㆍ비공감 클릭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이후 출범한 특검이 김씨에 대해 추가기소 할 때 2018년 2월21일~3월20일 동안 기사 5,533건의 댓글 22만 1,729개에 1,131만116차례 클릭한 범죄사실을 추가했다. 특검은 특히 19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17년 5월 9일 이전 선거운동 기간에도 광범위한 댓글조작 범행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9개월간 여론조작을 계속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같은 댓글조작 사건 규모나 전말은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대선과 관련한 댓글조작이라는 이번 사건의 성격상 하급심과 대법원에서 김 지사의 유ㆍ무죄 판단여하에 따라 정권 창출의 정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검법에는 재판 진행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 2ㆍ3심은 전심 선고일부터 2개월 이내 진행)돼 있지만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은 향후 1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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