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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우보세]서종대 후보와 '미투'를 비웃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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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 "양놈들은 너 같은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넌 피부가 뽀얗고 몸매가 날씬해서 중국 부자가 좋아할 스타일이다."(2016년 11월 대구 수성구 고깃집 세계평가기구연합 총회 종료 회식자리)

# "아프리카에서 예쁜 여자는 지주의 성노예가 되고 못생긴 여자는 병사들의 성노예가 된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할례(여성 생식기 일부를 절제하는 의식)가 남아있는데 한국 여자들은 이렇게 일해도 돈 벌 수 있으니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2016년 7월 한국감정원 서울사무소 간식자리)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 후임 원장 단독 후보에 올라와 있는 서종대씨가 한국감정원장 재직 시절 여직원들에게 한 성희롱 발언들이다. 성희롱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다른 막말의 수위도 만만치 않다.

2017년 2월 말 고용노동부 조사와 국토교통부의 감사 결과, 성희롱 발언들은 사실로 확인됐고 그는 임기만료 이틀을 앞두고 '해임'됐다. 사임이 아닌 해임이어서 다시 공직에 설 수도 없다. 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 것은 주산연 원장추천위원회(원추위)가 그를 단독 후보로 올리면서다.

주산연 이사회는 29일 의결정족수만 채워 원장 선임을 강행할 조짐이다. 주산연 이사진에는 김대철 한국주택협회장과 심광일 대한주택건설협회장, 이재광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사퇴서 제출)이 포함돼있다.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사장이다. 주산연은 원추위 구성원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주산연은 1994년 설립 이래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함께 HUG의 전신인 주택사업공제조합과 대한주택보증이 출연해 오랜 기간 연구비를 지원해왔다. 감사원의 지적으로 2016년부터 HUG가 자금지원을 끊었으나 공공성이나 사회적 책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굳이 '성희롱 해임' 전력 인사를 원장으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내부 경영진은 주산연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스폰서를 끌어올 적임자라고 한다. 주산연 원장추천위원회나 이사진은 스폰서만 끌어올 수 있다면 실정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직장 내 성희롱 금지)을 위반한 전력은 문제삼지 않기로 작심한 듯하다.

범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공정과 정의를 내걸고 문재인 정부는 공직 임명 배제 7대 인사 원칙에 '96년 7월 이후 성 관련 처벌받은 이력'을 명시하고 있다. 여성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감정원, LX(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잇달아 성희롱과 성추행이 발생하자 무관용 원칙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국토부 고위공무원에 이어 산하기관장을 지낸 '가해자'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이 수십년 간 자금을 대고 전직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있는 연구원의 수장으로 멀쩡하게 재기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성희롱 발언에 상처받았던 감정원 여직원들이 이런 상황을 보며 느낄 참담함은 주산연이나 관계기관 관계자들에겐 고려 대상이 아닌 듯하다.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무죄판결에 대해 여성계뿐 아니라 지식인들 사이에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에 조종이 울렸다는 분노와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보이지 않는 권력의 끄트머리에서는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오고가는 중에도 늘 양지에 서 왔고, 문재인후보 캠프에까지 얼굴을 들이민 서 전 원장이 '힘' 있고 '연줄' 있는 인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구원의 존립 명분을 살려주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기관의 수장역할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 인사는 결코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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