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자 사설 연대해 트럼프 비판키로
편가르기식 트럼프 언론관에 일침
NYT 등은 하루 먼저 예고 사설 게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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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마스 제퍼슨이 1787년 친구에 보낸 편지에서 쓴 문구다. 다소 과장스러운 면이 없지않지만 그만큼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는데,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설에 이를 인용했다.
이날 사설의 제목은 ‘자유 언론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A FREE PRESS NEEDS YOU)’. NYT의 사설은 제퍼슨이 3대 대통령에 선출된 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열린 사회’에서 이뤄지는 언론 보도는 갈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1964년 미 연방대법원이 “공공의 토론은 정치적 의무”라고 판결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실린 15일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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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을 비판하고 거대 권력에 저항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미국 전역의 300여개 신문사가 똘똘 뭉쳐서 16일자 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설 연대’를 이뤘는데, 그에 앞서 NYT가 작심하고 쓴 예고편에 해당한다.
대도시 일간지부터 발행 부수가 4000부 정도에 불과한 지역 주간지가 힘을 합쳐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언론’ 기조를 각사의 논조에 맞춰 비난할 전망이다. 미국 언론 환경에서 흔치않은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CNN과 NBC, NYT와 워싱턴포스트(WP)와 같은 언론을 공격하며 전쟁을 벌였다. ‘가짜뉴스 CNN’‘망해가는 뉴욕타임스’‘저널리즘의 수치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매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사실보도까지 신빙성을 떨어뜨려 지지자들로 하여금 그같은 뉴스를 믿지않게 만드는 편가르기 전략을 펼쳐왔다.
NYT는 이날 예고 사설에서 올해 들어 언론에 대해 가장 해를 끼치는 공격이 정부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이 잘못하거나 사실을 축소 또는 과장 보도하는 것을 비판하는 건 타당하지만, 언론인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는 건 민주주의에 치명적으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설 연대는 보스턴글로브가 주도했다. 보스턴글로브는 각 신문사 편집국과 연락을 취해 ‘자유 언론에 반대하는 더러운 전쟁’을 비판하는 사설을 16일 게재하자고 제안했고, 거의 대부분의 신문사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NYT를 비롯해 시카고 선 타임스ㆍ볼티모어 선ㆍ머큐리 뉴스 등 크고 작은 신문사가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5일(현지시간) 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에 실린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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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부패 정권이 국가를 떠맡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유 언론을 국영 언론으로 바꾸는 일”이라며 “미 대통령이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언론을 겨냥해 ‘국민의 적’이라는 주문을 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대 대통령을 지낸 존 애덤스가 ‘언론의 자유는 자유 보장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AP통신은 16일로 예정된 ‘연대 사설’ 게재에 앞서 이날 미 전역의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 뉴스’ 공격과 언론인을 적으로 규정한 발언을 비판하는 사설을 온라인판에 먼저 실었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이스의 포스트 디스패치는 언론인들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애국자들’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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