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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무역전쟁에 내상 깊은 中, 대화 테이블에…美에 양보안 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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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증시·위안화 급락, 경기 둔화 가시화…대미 보복 카드는 소진

베이다이허 회의 끝나자 미중 대화 재개…中 내부 입장 정리 관측

연합뉴스

손 잡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AP=연합뉴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깊은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하자 중국이 진전된 양보안을 제시,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미중 무역협상이 이달 하순 재개된다는 소식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의 요청으로 이번 협상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화 필요성을 절감하는 쪽은 미국보다는 중국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앞선 수차례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좌초하고 나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7월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인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달 23일부터는 양국이 추가로 160억 달러 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추가로 중국 제품 2천억 달러 어치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맞대응하는 '도발'을 하면 전체 중국 수입품액에 해당하는 5천억 달러 어치에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이 같은 무역전쟁 격화는 금융시장 혼란 등 중국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석 달 사이 8% 가까이 급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월 기록한 연중 고점 대비 24% 이상 폭락하면서 대세 하락장(베어 마켓)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실물 경기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의 1∼7월 고정자산투자는 작년 동기보다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중국에서 통계가 있는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7월 소매판매도 작년 같은 달보다 8.8%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9.1%와 전월 증가율 9.0%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반면 대두, 원유 등 미국산 제품 수입이 고율 관세로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들썩이며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무역전쟁이 지속했을 때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도 사실상 소진됐다.

작년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천304억 달러,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천56억 달러였다.

미국이 5천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중국 수입품 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는 데 비해 이미 1천100억 달러 어치에 해당하는 '관세 보복 카드'를 꺼내 든 중국은 사실상 '실탄'을 모두 써 버린 상태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지도부, 특히 1인 독주 체제를 굳혀가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 가격 급등, 개인 간 대출(P2P) 시장 부실화로 인한 경제적 혼란, '가짜 백신' 파동 등으로 중국인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무역전쟁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하면서 지도부의 정세 오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몽(中國夢)'으로 대표되는 팽창적·과시적 대내외 정책을 펴나가면서 세계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견제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덩샤오핑(鄧小平) 시대 고수해온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원칙을 너무 일찍 던져버렸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처럼 국내외의 복합적인 압력에 직면한 중국 지도부가 미국에 전보다 한층 진전된 양보안을 제시함으로써 무역전쟁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마침 이번 협상 재개 소식은 최근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하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마무리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내부 입장을 정리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이미 이길 수 없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하루빨리 '패전'을 선언하고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 상태다.

경제 전문가인 쉬이먀오는 지난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문을 싣고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 중국의 전략은 분명히 실패했고 오히려 미·중 갈등만 심화시켰다"며 "무역전쟁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이번 협상 수석대표가 기존의 부총리·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됐다는 점에서 이번 대화에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보다는 향후 협상을 이어가기 위한 탐색전이 주로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중국 정부가 물러서지 않고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국민에게 대대적인 선전을 벌여온 만큼 미국이 '굴욕적인 항복 조건'을 고수한다면 중국 측이 이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협상 난항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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