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어느 날 밤 사랑하는 딸이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실종됐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경찰 신고가 1순위일 테지만 그다음은?
수사 결과를 기다리며 기도라도 해야 할까? 아니면 실종 전단을 들고 거리를 헤매야 할까? 예전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대다. SNS를 하지 않는 10대는 정말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선 거리를 헤매는 것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혹은 인스타그램 등 SNS 바다에 뛰어들어 딸의 흔적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29일 개봉하는 '서치'는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수 천개 SNS 계정을 뒤지며 딸의 흔적을 추적해 가는 아빠의 모습을 담았다.
'서치' |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실낱같은 단서에서 시작해 딸의 행방을 추리해 나간다는 점에서 스릴러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릴러물이 범죄 중심으로 그려지고 살인·폭행 등 자극적인 화면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면도날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PC 모니터 화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러닝타임 대부분을 PC 화면으로 꽉 채우는 방식을 고수한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다.
아빠와 딸의 대화는 인터넷 메신저와 '페이스타임'을 통한 영상통화 화면으로 표현된다. 아빠는 딸의 흔적을 쫓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수천 개 SNS 계정은 물론 1인 미디어 방송 사이트까지 뒤진다.
카메라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빠의 모습 대신 SNS와 CCTV 영상, 담당 형사와의 대화창이 떠 있는 모니터 화면을 보여준다.
이런 방식은 여러모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장센은 포기해야 하며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도 쉽지 않다. 고정된 시점의 화면만으로는 긴장감을 고조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마우스 커서의 움직이는 속도와 대화창에 썼다 지웠다 하는 메시지 등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아울러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조는 모니터 화면만으로도 숨 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스릴러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스릴러다. '랜선 스릴러'라는 신(新) 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지나지지 않을 듯하다.
'서치' |
아빠 '데이비드 김'(존 조 분)은 아내 '파멜라 김'(사라 손)을 병으로 잃고 딸 '마고 김'(미셸 라 분)과 함께 살아간다. 마고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차츰 말이 없어지고 아빠는 그런 딸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그러던 중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고 온다던 딸 '마고'에게서 밤 11시 30분에 3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는 다음 날 아침에야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다.
딸은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경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자 데이비드는 딸 마고의 노트북에서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낸다. 데이비드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상상도 하지 못한 딸의 생소한 모습을 접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데이비드와 마고의 성이 '김'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이다.
여기에 존 조와 미셸 라, 사라 손, 조지프 리(피터 김 역) 등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 역시 실제 한국계 미국인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이렇게 많은 한국계 배우가 등장한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아무래도 국내 관객들은 한 번 더 눈길을 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서치' |
작품을 연출한 아니시 차간티 감독 역시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띈다.
1991년생인 그는 구글이 개발한 스마트 안경 '구글 글라스'로 아내의 임신 소식을 인도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한다는 내용의 홍보 영상 '구글 글라스: 시드'를 만든 바 있다. 이 영상은 24시간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다.
이 영화는 올해 초 34회 선댄스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관객상을 받았으며, 지난 5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전 회차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서치' |
kind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