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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잡초 뽑고 눈 치우고…전투와 상관없는 '잡무' 확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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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제초·청소·제설 등 사역임무 최소화

충분한 휴식 제공으로 전투준비 여건 보장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가 국방개혁2.0의 일환으로 병사들이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수적인 사역임무를 덜어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실 병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휘관과 잡초, 눈을 군대의 ‘3대 재앙’이라고 부른다. 지휘관이야 군대에 온 이상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지치지 않고 피어오르는 잡초와 군대에만 오면 유독 많이 오는 눈은 병사들의 휴식시간과 수면시간까지 잡아먹는다.

◇군대 내 최대 불청객 ‘잡초’

군대의 잡초는 조금의 흙만 있으면 어디든 자라난다. 따뜻한 봄이 되고 비가 오면 주둔지와 관할구역 경계를 위해 세운 철책 근방에, 그리고 보급로와 각종 순찰로 주변에, 위험한 탄약이 가득한 탄약고 주위에 자라난다. 문제는 제초를 해야 할 곳이 너무 넓다는 것인데, 육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방의 1개 GOP사단의 평균 제초 대상면적은 약 93만㎡로 축구장 110여 개에 이르는 규모다.

각 부대에서는 이렇게 넓은 곳에 퍼져 있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제초를 전담하는 병사를 따로 운영하거나 평일 일과시간 전후, 그리고 쉬어야 할 주말에도 병사들을 차출하고 있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한여름에는 잡초의 성장속도가 너무 빨라서 GOP사단의 경우 매일같이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제초를 할 때도 있다. 습기 높은 더운 날씨에 이름 모를 각종 벌레에 쏘여가며 하는 제초 작업은 고역이다.

그렇다고 모든 제초 작업에 기계를 동원할 수 없다. 때문에 병사들은 낫과 장갑 낀 두 손을 이용해 손수 잡초를 제거하기도 한다. 골프장처럼 평탄한 지역이 아니다보니 차량식 제초기는 쓸 수 없다. 예초기라고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기구가 있지만 제초 중에 돌 같은 것이 걸리면 다리나 머리, 심지어 눈에 튀는 등 사고의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016년부터 GOP사단 1개의 평균 제초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탄약창 9곳의 제초 작업과 굴삭기가 필요할 정도로 억세고 큰 해안·강안철책 주변의 갈대를 제거하는 작업에 민간 인력을 활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인해 전국에 산재한 각 부대 주둔지와 관할구역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에는 아직도 병사들을 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2017년 7월 GOP지역에 근무하는 병사 1015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민간인력 활용이 가장 필요한 분야로 66.4%가 제초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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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워도 치워도 계속 쌓이는 ‘눈’

이렇게 봄부터 가을을 힘겹게 보내고 잡초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겨울이 와도 병사들은 안심할 수 없다. 언제 하늘에서 눈이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눈을 치우는 일이 특히 힘든 것은 내리기만 하면 바로 뛰어나가 치워야 하고, 또 치울 구역이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눈이 쌓일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병사들은 모든 훈련과 교육을 뒤로 하고 눈을 치우는 일에 전부 동원된다. 곤히 잠든 한밤중이라도 예외가 없다. 한겨울 추위에 몸을 떨며 넉가래와 눈삽, 빗자루로 하염없이 눈을 치우는데, 문제는 아무리 치워도 또 눈이 내리면 전부 도루묵이 되고 만다. 인력 중심의 제설 작업이 아니라, 제설차량이나 휴대용 송풍기 등 장비를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제설작업을 해야하는 이유다.

병사들이 일과 외에 추가로 하는 고된 업무 중 하나가 청소다. 물론 본인들이 사용하는 생활관 청소는 당연히 해야겠지만, 문제는 주둔지 내에 병사들이 사용하는 생활관만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사단이나 연대 본부처럼 간부들만 사용하는 건물은 물론이고, 식당이나 창고 등 각종 공동구역은 별도의 관리 인력이 없기 때문에 장병들이 돌아가며 청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소는 제초에 비하면 업무 강도는 낮은 편이지만 워낙 자주 해야하는 특성이 있다. 2015년에 공동구역 청소 업무에 대해 민간위탁을 시범 운영한 결과에 따르면 병사 1인당 연간 148시간의 가용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공동구역 청소 작업에 민간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용시간은 지친 병사들에게 좀 더 휴식을 주거나, 본연의 임무인 전투 준비를 위한 훈련시간을 늘리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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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청소 등 사역 부담 줄여 전투력 강화

국방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둔지 제초 업무와 공동구역에 대한 청소 업무는 예산을 확보해 점차 민간인력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제설작업에는 장비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물론 부대 수가 많다보니 전 부대로 확대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하지만,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병사들이 ‘내가 풀이나 뽑으려고, 눈이나 쓰레기나 치우려고 군대에 왔는가’란 자조 섞인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게끔 지원해주는 것 역시 국가의 의무라는게 국방부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우선 2019년에는 경계작전 임무가 과도해 병사들의 피로도가 높은 육군 11개 GOP사단과 해·공군 전투부대의 제초와 청소작업을 민간인력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까지 전 부대의 제초 및 청소 작업을 민간인력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다. 또한 제설작업에는 장비를 충분히 투입해 병사들의 인력소요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GOP 사단에는 협소한 보급로 제설을 위해 다목적 트랙로더를 추가 보급할 예정이다.

박승흥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군의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무기를 많이 확보하는 일도 중요 하지만, 그 무기를 사용할 군대의 구성원들이 철저히 싸울 준비를 갖추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면서 “국방부는 병사들이 본연의 임무인 전투 준비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제초와 제설, 청소와 같은 부수적인 작업을 최소화하는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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