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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취재파일] 법원은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중 누구 말을 더 신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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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15일)밤 9시 30분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김 지사에게 드루킹 김 모 씨 일당의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앞서 김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당시 포함됐던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김 지사에 대한 2차례 소환 조사 때까지 수사 대상이었던 선거법 위반 혐의가 구속영장엔 포함되지 않은 건, 특검이 현재 단계에선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앞서 특검은 김 지사가 지난해 3월, 1년 3개월 뒤 열릴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당시 국회의원)가 지지하는 민주당 후보를 도와달라며 드루킹 일당에게 공직을 약속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바 있습니다.

● '시연회 참관' → '댓글 조작 지시·묵인'

특검 측이 적용한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두고 특검 측과 김 지사 측의 주장은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댓글 조작 공모 혐의와 관련해 관건은 김 지사가 지난해, 2016년 11월 9일에 열렸다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했는지 여부입니다.

특검 측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고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묵인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며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이후 드루킹 김 모 씨에게 보낸 기사 URL은 사실상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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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기사 URL을 보냈다고 해도, 이에 대해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고 답변을 했다고 해도, 드루킹 측을 선플 운동을 하는 지지그룹으로 알았다는 김 지사 측 주장을 특검이 반박하기는 힘듭니다.

● 드루킹 "'불법성' 명시된 설명자료 보여줘" vs 김 지사 "문건이나 시연 본 적 없어"

김 지사 측은 킹크랩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시연회를 본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드루킹 측이 댓글 조작을 한다는 건 경찰 수사 이후 언론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에, 기존에 보낸 기사 URL은 선플 운동을 요청하는 차원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시연회가 열렸다는 날, 시연회가 열렸다는 장소에 김 지사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건 아닙니다. 시연회가 열렸다는 파주 출판사를 찾아가 경공모 등 조직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함께 식사를 한 것은 맞지만 킹크랩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시연회를 본 적은 없다는 겁니다.

특검 측과 김 지사 측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 하지만,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를 명쾌하게 입증할 직접적 물증은 없는 상황입니다. 특검 측은 드루킹 일당의 진술과 함께 드루킹 측이 작성한 문건을 근거로 혐의를 입증할 예정이지만, 김 지사가 시연회를 봤을것 같다고 추정할 정황 증거일 뿐입니다.

이 정황 증거 중 하나가 시연회 당일 새벽 드루킹 측이 작성했다는 킹크랩에 대한 설명 자료입니다. 특검 측은 김 지사 소환 조사 때 해당 문건을 제시하며 킹크랩 시연회를 본 게 아니냐고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문건엔 '댓글 조작은 불법성이 높음', '압수수색에 대비해 서버 구축 시 해외로 서버 이전 필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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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 지사는 그런 문건을 봤다면 기억하지 못 할 리 없다며, 해당 문건은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김 지사의 평소 성격상 불법성이 높다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봤다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것이라며, 김 지사는 해당 문건을 본 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설명을 못 들었더라도, 시연회는 보지 않았을까. 시연회를 봤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댓글 조작 시연회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서도 김 지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당시 시연회는 서버가 아닌 휴대전화를 이용한 소위 킹크랩 시제품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지사 측은 시연회가 열렸다는 날, 킹크랩 구현을 위한 휴대전화 등은 본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연회를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 결국은 진술의 신빙성 싸움…'100만 원' 진술의 영향은?

CCTV 등 결정적 물증이 없다 보니, 김 지사와 드루킹 측 주장 중 무엇을 더 신뢰할 것이냐가 향후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와 공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장에 대한 정황 증거 유무와 정황 증거에 대한 신뢰성뿐만 아니라, 주장을 하는 발화자에 대한 신뢰 여부도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여러 명, 시연회를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은 김 지사 1명뿐입니다. 하지만, 시연회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드루킹 일당' 혹은 '경공모 핵심 회원'이라고 통칭할 수 있는 조직화 된 집단의 구성원입니다. 결국, 해당 집단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지로 귀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 신뢰성 문제와 관련해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100만 원'과 관련한 드루킹 측의 진술이 주요 변수가 될 걸로 보입니다.

앞서 드루킹의 한 측근은 경찰 조사에서 킹크랩 시연회 이후 식사 자리에서 김 지사로부터 격려금 혹은 식사비 명목으로 100만 원으로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드루킹 일당이 정치인이 줬다고 주장하거나 준 것으로 확인된 돈은 여러 번 있었지만, 정치인에게 받았다고 주장하는 돈은 이 100만 원이 유일했습니다. 때문에 이 100만 원은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예사롭지 않은 관계라고 추정하는 주요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드루킹의 측근은 이후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루킹 일당의 채팅창에선 '매달 100만 원을 받았다고 하자'는 내용의 뭔가 허위 사실 유포를 집단적으로 공모한 듯한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김 지사 측이 드루킹과의 대질 조사에서 100만 원과 관련된 내용의 해명을 드루킹 측에 요구했지만, 드루킹은 진술을 거부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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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와 향후 공판에서 김 지사 측은 100만 원과 관련된 드루킹 측의 진술 번복을 문제 삼아 전체 진술의 신뢰성을 공격하고, 특검 측은 '100만 원' 부분은 김 지사에 대한 범죄 사실과 관련이 없다며 맞서는 상황이 연출될 걸로 보입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느냐, 꼬리는 꼬리일 뿐이냐는 싸움일 될 걸로 예상됩니다.

● 인사 청탁과 관련 흔들린 양측의 진술…법원의 판단은?

발화자의 신뢰성과 관련해 쟁점이 될 사안은 또 있습니다. '오사카 총영사','센다이 총영사' 등 인사 청탁과 관련한 진술입니다. 이 부분도 김 지사에게 청구된 구속영장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진술의 신뢰성과 관련해선 쟁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김 지사와 드루킹 양측이 모두 해당됩니다.

드루킹은 지난 5월 한 언론사에 보낸 소위 옥중 편지에서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을 김경수 지사 측이 먼저 제안했고, 이후 '센다이 총영사직'을 김 지사 측이 제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검 측도 드루킹의 진술에 기대 김 지사 관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김 지사가 먼저 제안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드루킹은 특검 조사와 김 지사와의 대질 심문에서 오사카 총영사직 청탁은 자신이 먼저 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 누구에게 청탁을 했느냐. 이 문제를 두고 드루킹이 작성한 문건과 진술이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6년 6월 7일, 드루킹이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를 면담하고 작성한 문건에는 오사카 총영사직을 김 지사에게 청탁했다고 되어 있는데, 드루킹은 김 지사의 보좌관을 지낸 한 모 씨에게 청탁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한 겁니다. 특검 측이 문건을 제시하며 해명을 요구하자, 드루킹은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아니라는 식으로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사 청탁과 관련해 드루킹의 번복된 진술. 그럼 드루킹의 다른 진술도 믿지 못하는 것 아니냐, 예단하기는 이릅니다. 김 지사 측도 인사 청탁과 관련해 진술이 일부 번복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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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는 드루킹 측에 공직을 제안한 적은 단연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김 지사는 특검의 1차 조사 당시 "센다이 총영사직을 드루킹 측에게 제안한 적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김 지사는 대질 조사에서 "센다이 총영사직을 추천했을 수는 있다"고 기존과 다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오사카 총영사직 추천 이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받은 답변을 드루킹 측에 전달하면서 생긴 오해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드루킹의 최측근인 도 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수석실에 추천한 후 "도 변호사의 스펙을 봤을 때, 오사카 총영사직으로는 부족하고 일본의 규모가 작은 지방 총영사, 이를테면 센다이 총영사직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그 내용을 드루킹 측에 전달을 했는데 그것을 드루킹 측은 센다이 총영사직을 추천해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오해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센다이 총영사직을 포함해 드루킹 측에 공직을 먼저 제안한 적이 없다던 기존 입장과 비교하면 궁색한 답변입니다.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김 지사와 드루킹 양쪽 모두 기존 진술에 흠결이 있는 상황입니다. 직접적인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 법원은 양측 중 누구의 진술을 더 신뢰할까요? 다만, 김 지사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 특검팀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드루킹 일당의 입에 의존해 김 지사에게 선거법 위반이라는 무리한 혐의를 적용했고, 그나마 자신 있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댓글 조작 공모 혐의에 대해서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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