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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걷다, 익숙함을 멀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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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송길영 Mind Miner


지난 휴가는 처음 가본 고장에서 보냈습니다. 산과 들 모두 낯선 곳에서 평소의 나태함을 이기고 걷기와 먹기, 다시 걷기에 도전했습니다. 스마트폰의 기록은 매일 1만보를 훌쩍 넘어갔지만 생경한 곳에서의 이동은 미지의 환경에 대한 흥분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걷는 일은 잊고 있던 기억을 되찾게 해주고 일상적인 고민에 색다른 답을 주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휴가 중 읽었던 과학저술가 강석기의 『컴패니언 사이언스』 속 한 연구는 저의 이 느낌이 단순히 ‘느낌’만은 아니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인류학자 라이크렌과 뇌과학자 알렉산더에 따르면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합니다. 예전 조상들은 수렵활동을 위해 걷고 또 걸었는데, 그때는 지형지물을 살피고 주의 깊게 환경을 이해해야 살아남아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운동을 하게 되면 동시에 뇌도 활동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몸이 자극이 오면 능력을 키우고, 그렇지 않다면 필요 없다 생각해 능력을 줄인다는 설명에 어릴 적 배운 동물학자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떠오르는군요.

이 연구에 따른다면 움직이는 행위는 주변에 대한 인식과 머리를 써야 하는 상황이 결합하여야 뇌도 활동한다는 것이니 운동시설의 기구 위에서 뛰는 행위는 지적 자극이 오지 않겠네요. 몸이 좋아지려면 러닝머신 위에서 숨 가쁘게 뛰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추가로 머리까지 좋아지려면 우리 조상들처럼 익숙하지 않은 들과 산을 헤매어야 하겠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같이 가상현실로 게임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체력뿐 아니라 지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라 컴퓨터 게임으로 근육이 약해지는 자녀를 둔 부모에겐 희소식이랄까요.

브라이언 크리스천의 책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에서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시도가 적어지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탐색(explore)’을 새로이 하는 것은 ‘이용(exploit)’을 위해서인데, 나이가 들수록 여명이 줄어 ‘이용’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어 자연스레 새로운 ‘탐색’을 멈추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예전의 기준이 바뀌어 100세 이상도 흔히 볼 수 있을, 삶이 길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살아있는 동안의 생동감을 위해서라도 이번 주말에는 완전히 새로운 곳을 걸어보심이 어떠하신지요?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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