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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터키 위기, 강 건너 불구경거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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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통화 폭락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14일(현지시간)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하락세를 멈추지 않았다. 전날 터키 정부가 유동성 공급 확대를 골자로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올 들어 리라화 가치는 이미 40% 이상 폭락했다. 돈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터키의 명품 가게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한국에서도 터키 명품 가게를 통한 직구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터키 위기가 강 건너 불구경거리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가 그랬던 것처럼 외환위기는 급속도로 파급된다. 터키 위기는 안 그래도 불안한 흐름을 보였던 신흥국 외환시장 불안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올 들어 계속되는 통화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13일 하루 만에 기준금리를 5%포인트나 올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45%에 달한다. 그래도 페소화 폭락은 계속되고 있다.

터키 위기는 미국인 목사 억류를 놓고 미국이 터키에 경제제재를 가하자 에도르안 터키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립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 불안의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터키는 대외부채가 많고 이렇다 할 산업경쟁력이 없다. 미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자 경제가 취약한 신흥국부터 자본이 유출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멕시코·브라질·러시아가 모두 통화 불안에 휩싸인 이유다.

문제는 외화 부채가 많은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화 부채 비중은 41%에 달한다. 터키(70%)·헝가리(64%)·아르헨티나(54%) 못지않게 높은 수준이다. 언제든 위험이 전이될 수 있는 상태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로선 유비무환의 자세로 신흥국 통화 불안 사태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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