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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검찰, 부산 스폰서 의혹 전직 판사 압수수색 … 법원선 판사 영장 무더기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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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향응받고 재판개입 의혹

법원행정처 대응문건 경위도 수사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5일 부산고법 판사 출신 문모(49·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와 건설업자의 주거지·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그 밖의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는 이날 오전 부산에 있는 문 변호사와 사건에 연루된 건설업자 정모(54)씨 자택과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업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씨가 2015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 5000만원을 건넨 의혹을 수사하면서 당시 현직 판사이던 문 변호사도 접대를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받았다. 문 전 판사는 정씨가 다른 사건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자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항소심 재판부의 심증을 확인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당시 문 전 판사의 비위 의혹을 검찰에서 통보받고도 구두 경고 이외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경위를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정씨 재판을 담당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문 전 판사의 행위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관련 문건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문 전 판사의 향응 수수 및 정씨 비호 등 심각한 비위를 알고도 규정을 어기고 조치하지 않은 점이나 법원행정처 문건 작성 내용 등은 이미 확인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장전담법관이 ‘법원행정처 문건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예단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부산 건설업자 뇌물 사건 항소심에 개입을 검토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이 문건은 2016년 9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작성한 것으로 ‘건설업자 정씨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이 문 판사 비위 사실을 외부로 유출할 우려가 있으니 종결된 변론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친분이 있던 문 변호사가 건설업자 정씨와 유착한 것에 대해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이를 묵인해주고 상고법원 신설과 관련한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은 19대 국회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입법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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