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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굿모닝 증시]“터키발 충격,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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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터키 리스크의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 내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될 개연성이 낮고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장 역시 코스피 2200선을 경계로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이 나왔다. 현재 시장의 방향성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 강도가 어느 시점에 약해지는지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터키 리스크가 갈길 바쁜 글로벌 증시를 맹폭했다. 이제 궁금한 점은 터키 리스크의 증시와 투자전략과 관련한 쾌도난마식 함의 판단이다. 세 가지 가능성에 대한 사전포석격 대비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

첫째, 터키 정정과 금융불안이 글로벌 금융시장 내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될 개연성은 낮다. 터키 중앙은행이 집계하는 연내 만기도래 대외채무는 8월 이후 누적 30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나, 이는 810억달러 규모의 현 외환보유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터키의 다음 행선지가 곧장 IMF(외환위기와 구제금융)로 향하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문제는 터키 뱅킹 및 크레딧 환경의 정상작동 여부인데, 열쇠는 터키 측 차입 익스포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등 남유럽 금융권이 쥐고 있다. 미국과 터키 간 정치 갈등 봉합과 대외 신인도 제고를 위한 재정·통화정책 측면 개혁시도 등이 추가 파이낸싱의 선결과제로 기능할 것으로 보나, 그렇다고 돈 줄이 꽉 막힌 것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측 정책 방화벽과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가속화됐던 금융권 자본확충 시도 등을 종합 고려하면, 터키 금융시장의 국지적 혼란이 남유럽 금융권을 경유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여지 역시 미미하다.

둘째, 달러화 추가 강세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 터키 금융불안과 이에 연동한 남유럽 금융권의 잠재적 부실화 가능성은 긴축에서 부양 노선으로의 ECB의 정책 스탠스 재선회 가능성을 암시한다. 미·유로존간 통화정책 괴리는 시장간 금리차 이를 경유해 환율차이로 귀결될 공산이 큰데, 하락일로의 터키 증시와 유로·달러 환율 변수간의 절대적 상관성은 상기 판단의 명징한 방증이다. 더불어 신흥국 내 전염 리스크에 근거한 신흥국 통화의 동반약세 현상 역시 강달러 압력의 추가 심화 가능성을 지지한다. 달러 인덱스 95포인트대 안착과 100포인트대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을 것인데, 이러한 구도하 글로벌 자산배분과 증시 내 로테이션 트레이딩 환경 포커스는 롱DM & 숏EM 기류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셋째, 터키 내홍에 연유한 국내증시 파장은 코스피 2200선을 경계로 제한될 것으로 본다. 신흥국 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실적 모멘텀을 포함해 코스피 BoP 지수, 신흥국 내 한국증시의 상대적 밸류에이션 등이 지수하락을 방어할 것이다.

이는 장래 조정 성격이 추가 가격조정(Correction)보단 기간조정(Pull back) 가능성이 우세함을 암시하는 한편 현 장세 대응전략의 요체가 투매나 관망보단 중장기 시각하 저점매수에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 현실화란 터키발 기우에 맥없이 휘둘리기 앞서, 유럽 리스크는 언제나 저점매수의 천재일우의 호기로 작용했었다는 그간의 학습효과를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 터키 관세 부과와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리라화의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터키 리라화는 하루 만에 16% 이상 절하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주요 금융시장은 부담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터키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취약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서 기인하고 있었고, 여기에 트럼프가 트리거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터키가 리라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터키의 경제 규모나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이번 이슈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 펀더멘털과 관련된 이슈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터키에 대한 유럽 금융기관들의 익스포져(위험에 노출된 금액)를 바탕으로 금융 시장 내에서 확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리스크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감이 이번 변동성 국면의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듯싶다.

현재 시장은 글로벌 총수요에 대한 불확실성,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에 따른 부담 등이 중첩돼있는 구간이다. 전날의 충격도 이 같은 배경 하에 강한 리스크온(risk-on) 심리가 형성되기 어려운 국면에서 다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첩되면서 발생한 투자 심리 측면에서의 충격이라고 판단한다.

현재 시장 방향성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터키와 관련된 이슈가 아니라 중국과 미국이 어느 시점에 대립 강도가 약해지는지 여부다. 따라서 아직까지 수시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위험 관리 구간이라는 판단은 유지한다.

다만 충격을 준 이슈의 성격과 이 정도의 혼란을 경험할 만큼 펀더멘털이 약한 터키 수준까지 떨어진 우리 증시의 벨류에이션 수준을 함께 고려해 볼 때, 바닥권 부근이라는 상황판단은 가능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패닉에 동조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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