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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학교의 안과 밖]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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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수업>에 나오는 문장이다. 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의 자세와 인격을 보여준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의 안과 밖에서 배우고 민주시민성을 갖고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배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로운 것을 연결하고 맥락화하거나 타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스스로 읽고 쓰고 말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근 몇 년간 학생중심 교육과 공교육을 마치 소비재처럼 보게 하는 수요자중심 교육이라는 용어가 강조되었다.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에 맞추고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견대로 교육활동을 하는 것이 학생중심 교육의 핵심인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고 지루해하지 않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고 학부모의 요구대로 교육과정을 짜면 교육적인 것일까?

학생중심 교육은 교육자인 교사가 학습자의 특성과 흥미와 요구를 고려하여 교육적 효과가 있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교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며 그들이 어떤 시민으로 자라기를 바라는지에 따라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수업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학생들에게 배움이 있도록 매 수업을 디자인한다. 다시 말해 교과교육 목표와 성취기준에 따라 수업과 평가 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성취기준은 학생들이 교과를 통해 배워야 할 내용과 이를 통해 수업 후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능력을 결합하여 나타낸 수업활동의 기준이다. 많은 교사들은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고 잘 배우는 수업을 고민하는데 쉽지 않다. 매년 여름 열리는 전국 배움의 공동체 세미나에서는 전국에서 1000여명 교사들이 모여 학생들의 배움이 있는 수업에 대해 서로 토론한다. 이 외에도 협동학습, 토론학습, 프로젝트수업 등 다양한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교사연수나 모임이 학기 중이나 방학 때 활발하게 진행된다.

최근 많은 교사들이 중요한 미래역량인 협력능력을 학생이 길렀으면 해서 협동적 활동을 포함한 수업과제를 고민한다. 이는 공교육의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공교육은 학생들이 인간의 존엄을 알고 사회경제적 배경과 개인차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교육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학교 수업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텍스트를 통해, 친구와 교사를 통해 세계와 타자와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어야 공교육의 공공성이 확보된다.

교사 개인이 수업의 한 시간, 한 시간을 디자인하는 것도 결국 국가교육과정의 큰 틀과 뗄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인격을 도야하고 민주시민으로 크게 하는 것이다. 교사로서 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존중하고 배려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키우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교육과정도 문서로만 민주시민 육성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책도 교육의 목적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수업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다.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는지, 어떤 학생이 점수를 더 받는지가 수업 목표를 좌우하지 않는다. 수업 한 시간도 목표가 명확지 않으면 산만하고 가르침은 있으나 배움은 없는 시간이 된다. 공교육 개혁에서 우리 교육의 목적이나 개혁의 지향점에 따라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런 논의과정에 교사들의 교육적 고민과 의견은 담고 있는가.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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