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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터키發 경제위기의 진짜 무서운 점은 미국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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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소방관 하던 패권국 미국…이제는 경제 제재라는 이름의 미사일 발사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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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터키발(發)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무분별한 경제운영과 엉터리 정치가 더해지면서 이번 경제위기가 시작됐지만, 이번 위기는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하나 존재한다. 미국의 역할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소방관으로 등장했던 미국은 이번에는 반대의 역할로 등장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터키와 관련해 방금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인상할 것을 승인했다"며 "이제 철강은 50%, 알루미늄은 20%가 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내무장관과 법무장관에 대해서도 미국내 자산 동결 및 달러 거래 금지를 골자로 하는 경제 제재를 발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제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터키 경제 제재는 위태위태 했던 터키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 그결과 터키 리라화는 연일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그동안 미국이 펼쳐왔던 정책 방향과 다른 점이다.

월스트리저저널(WSJ)는 지난 30년간 미국은 외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초 멕시코 외환위기나, 1990년대 후반 아시안 경제 위기 당시 미국은 최후의 대부자 역할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국제통화전략실장인 샤하드 잘리누스는 "그동안 시장에서는 그동안 미국이 도우러 올 것이라는 것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전제였다"면서 "하지만 이제 이 같은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의 변화는 그동안의 미국에 의한 세계의 패권 안정이론을 흔드는 것이다. 정치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패권국가가 국제경제 질서에 공공재를 제공함으로써 안정을 유지한다는 '패권안정론'을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패권국가의 역할 가운데 핵심은 금융위기시 최후의 대부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 위기가 세계적 위기로 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패권 국가가 주도적으로 위기를 봉합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터키와 미국과의 관계를 보면, 미국은 터키의 경제위기를 막기는커녕 터키를 경제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터키 외에도 이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이같은 역할 변화는 앞으로 세계 경제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대가로 치르고서라도 자신들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미국은 경제 제재를 군사력을 대신한 정책 수단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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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C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다니엘 탄넨바움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효과를 얻으려 할 때 경제 제재를 마치 미사일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FT는 이 같은 정책이 금융시장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이 가볍게 쓴 경제적 제재가 어떤 결과로 세계 경제를 흔들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제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5일(현지시간) 국이 경제적 제재 카드를 너무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동맹들 사이에서 미국의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게 만들고 있으며, 달러화(貨)의 가치 역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라는 자산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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