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화 쇼크, 일부 신흥국으로 제한 vs 금융위기 美 역할 변화에 따른 우려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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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 경제의 위기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신흥국들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 등 위험 요인이 오랜 기간 지적된 데다 그간 불안감이 계속 지적돼온 만큼 파장이 더 커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WSJ는 지난 10일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을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에 반영된 충격이 이후 대다수 낙폭을 회복했다며 터키에 대한 우려가 다른 신흥국 대비 크지만 제한적이란 뜻이라고 덧붙였다.
지표상으로 터키 경제는 여타 신흥국들에 비해 좋지 않다. 특히 다른 신흥국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화 표시 채권 규모가 높은 편이다. GDP 대비 외화 채무 비율은 69.6%에 이른다. 이는 앞서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54.1%)를 웃도는 수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30.5%, 멕시코는 28.8%, 러시아는 24.7% 등이다. 여기에 환율 가치가 급락하는 경우 채무 상환 부담이 커져 곧바로 국가부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 역시 지난 1분기 기준으로 7.1%를 나타냈다. 아르헨티나는 6.1%, 남아공은 5.3%를 기록 중이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윈 신 외환 전략가는 "많은 사람이 이번 위기가 시스템 위기로 퍼질 것을 우려하지만 신흥국 수준에 국한될 것이며, 신용 상태가 좋지 않은 나라들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결국 국내발(發) 위기로, 환율 위기가 은행 위기 등으로 변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흥국들이 터키의 위기 현상으로 흔들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르헨티나, 남아공, 러시아 등 신흥국들의 경우 대부분 터키 리라화 폭락 이후 1.5~3.5% 가치가 하락했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들이 터키로 인해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남아공 랜드화의 경우 13일에도 달러화 대비 가치가 10% 이상 떨어졌다.
FT는 터키발 경제 위기가 미ㆍ중 무역 갈등, 미국의 러시아 제재 등과 맞물려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우 이번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가 즉각적으로 터키 환율 및 금융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흥국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경고했다.
투자회사 크레셋웰스어드바이저스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위기에 처한 터키를 몰아세운 것은 이전 행정부와 달라진 행보"라며 "그동안 시장은 경제 위기에 처한 나라의 경우 미국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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