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부정적 투자 전망 내놔
5년간 슈퍼호황 막 내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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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 5년간 이어졌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제 막을 내리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물론, 관련 소재주마저 휘청거리면서 국내 수출을 이끌어오던 반도체 업종에 대한 위기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무려 180조원, SK하이닉스가 15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13일 장 시작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1% 정도 하락 출발했다. 직전 거래일인 10일에도 두 종목은 3% 넘게 하락 마감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IB)들이 반도체 업종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 전망을 내놓은 탓이다.
모건스탠리는 9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업종의 투자 전망을 '중립'에서 '주의'로 낮췄다. '주의'는 반도체 주가가 향후 12~18개월 동안 시장 평균을 밑돌 것으로 본다는 뜻으로, 모건스탠리 투자 의견 중 최하위 단계다. 조지프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재고가 늘어나고 있어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면 심각한 조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내년 상반기부터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낸드 플래시 공급 과잉은 이미 시작됐고, D램도 공급 과잉이 곧 나타날 것을 봤다. 공급 과잉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가격 하락은 반도체 업체 이익 급락의 단초가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엔 항상 주기가 있었고 5년간 이어진 슈퍼 호황은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됐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IB들의 부정적 전망에 앞서 5거래일간 상승 마감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10일 급락,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달 들어 13% 가까이 떨어졌다. 삼성그룹의 시설투자 수혜주로 꼽혔던 반도체 소재주도 일제 하락 마감했다. SK머티리얼즈, 하나머티리얼즈, 원익머트리얼즈 등은 10일 4~6% 떨어졌고 13일에도 하락 출발했다. SK머티리얼즈는 삼성그룹이 18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9일 5% 넘게 올랐으나 하루 '반짝 효과'에 그쳤다. 심지어 10일은 삼성전자가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 노트9를 처음으로 공개(언팩)한 날이었다. 하지만 삼성전기(-5.74%), 삼성SDI(-6.56), 캠시스(-3.61%), 자화전자(-3.51%) 등 관련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의 위기가 한국 경제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커진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총수출액은 518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잠정) 증가했다. 이는 역대 월별 수출액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9월(551억2000만 달러) 다음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는 103억8000만 달러(31.6%)로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면서 반도체 의존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단가 하락의 영향으로 올 1월 53.3%(전년 동기 대비)였던 증가율은 지난달 31.6%까지 낮아졌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추격 또한 본격화할 조짐이다.
반면 낙관적 전망도 적지 않다. 시장정보업체 'IC인사이츠'는 국내 기업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D램 시장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9% 증가해 단일 반도체 품목으로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맥쿼리, 노무라 등 외국계 IB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수요가 탄탄한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근 중국 YMTC가 개발 중인 3D NAND 기술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국내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점도 확인된 바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 주가는 업황 고점 논란이 가중되며 변동성이 확대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DRAM 산업의 중심 축이 개인 소비자의 B2C(PC, Mobile) 시장에서 기업용 시장인 B2B(Server)로 이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도한 우려보다는 내년 연착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도체 업체들의 견조한 이익 가치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내다봤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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