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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폭염 때 휴식' 건설현장 안전규칙 '무용지물'…"있으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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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가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사진=건설노조 제공(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마솥더위 아래 건설현장에서 폭염안전 규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정부의 실질적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지난해 12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개정 규칙 566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적절하게 휴식토록 하는 등 노동자 건강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도록 명문화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고용부의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가이드에 따르면 사업장은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나 주의보가 발생하면 ▲1시간에 15분 휴식시간 제공 ▲시원한 물 제공 ▲현장 그늘막 설치 ▲35도 이상 시 오후 2~5시 긴급 작업 제외 다른 작업 중단 ▲기온 38도 이상시 모든 작업 중단 등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규정한 '폭염 안전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탓에 현장 곳곳에서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최악의 폭염 속 지난달 17일 전북 전주 인근의 한 건설현장에서 의식을 잃은 노동자가 추락했고 같은달 30일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콘크리트 작업 중 쓰러진 뒤 사망했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열사병이나 탈진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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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폭염경보가 발효된 울산시 한 제련공장에서 노동자가 주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지난달 24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시간 일하면 10~15분씩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전체의 8.5%(18명)에 그쳤다. '별도로 쉬는 시간 없이 일한다'는 응답은 46.2%(98명)에 달했다. 또 시원한 물조차 주지 않는 경우는 29.6%(64명) 특히 폭염경보 발령으로 오후 2~5시 작업이 중단된 적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14.5%(31명)에 그쳤다.

우리와 달리 대부분 국가에서는 폭염 시 노동자를 보호하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옥외작업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중국은 옥외작업 노동자의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을 노동법에 별도 규정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10년부터 '하계 노동시간 제한 시행령'을 의무화해 온도가 높은 6월15일~9월15일까지 석 달간 오후 12시30분~3시까지 2시간 반 동안은 야외노동을 금지한다. 해당 쉬는 시간은 무급이며 건설현장의 정규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 이후 같은 시간만큼 일한다.

건설사는 이 휴식 시간에 노동자가 쉴 수 있도록 그늘 시설과 물, 명확한 노동 시간표를 아랍어와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노동자 1명에 5천 디르함(약 150만원), 사업체에 대한 과태료 최대 5만디르함(약1500만원)이 부과된다.

일각에서는 폭염이 한 해에만 그치는 현상이 아닌 만큼 야외 현장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차원의 보호 대책 기준을 마련하고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폭염 속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휴게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고용노동부는 공염불 폭염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건설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관리·감독으로 노동자가 쉴 때 쉬고, 제대로 된 곳에서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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