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오후 한 詩]소녀와 노랑나비/한영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리랑
장독대
봉숭아

넙데기 할머니가 기억하는 모국어

열다섯이었다
비행장에서 일했다
헌병이 큰 칼 차고
끌어가기 전까진

착, 착, 착, 군화 소리
지금도 들려, 해방은
더 이상 일본 군인이 오지 않는 것

소녀가 앉아 운다
노랑나비 온다
날아가지 않는 나비
나비 나비……

나비를 나비라고 말할 줄도 모른다

아시아경제

■이틀 후면 광복절이다. 그러나 국가는 1945년 그날 해방되었을지언정 "넙데기 할머니"는 지금까지 결코 해방되지 않았다. 해방은커녕 할머니는 해방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마저 철저히 숨겨야 했으며, 생의 끝자락에 이르러서야 꽃 같은 시절에 당한 폭력과 치욕과 상처를 가까스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런 할머니를 두고 국가는 어느 날 느닷없이 '불가역적' 운운하며 할머니의 입을 틀어막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사욕을 위해 법을 동원해 할머니를 거래하려 들었다. 단언컨대 할머니는 아직 식민지에 살고 있다. 채상우 시인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