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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단독] 경총 임원들, 정부용역때마다 직원수당 수천만원씩 착복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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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0년 이래 7건 69억원 진행

직원에 수당 덜주고 빼돌려 가로채

류기정 “김영배 부회장에 인센티브”

김 부회장, 금액조정 직접 개입 증언도

고용부 등에는 거짓 회계결산 보고

용역 회계처리 안하기도…“오랜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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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임원들이, 협회가 수행한 정부 용역 때마다 직원 몫 수당 수천만원씩을 착복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총이 2010년 이래 수행한 정부 용역(약 70억원)에서 발생한 수익 중 상당액을 중간에서 김영배 전 부회장 등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해마다 ‘유용’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등에는 거짓 회계 결산 서류가 보고됐다.

12일 <한겨레>가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보한 경총의 정부 용역 사업 자료와 전·현직 경총 임직원을 취재한 결과, 경총 임원들은 직원들이 진행한 정부 용역 사업의 수당 일부를 가로채 왔다. 2015~2017년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엔시에스(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업활용 컨설팅 사업 용역의 경우, 일부 경총 직원은 서류상 연간 용역수당을 500만~800여 만원 받은 것으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100만~200만원만 받았다. 서류상 510만원을 지급 받은 한 직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200여만원만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 연구용역 사업에서도 지급하기로 된 돈보다 실제 적은 돈이 지급됐다.

직원들에게 덜 지급하고 남은 돈은 경총 임원들이 가져갔다. 한 경총 직원은 “용역 사업비 일부를 임원들이 착복했다. 오랜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 보면 “김 전 부회장은 용역사업 할 때마다 직원들 수당을 작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씩 현금으로 갹출시켜, 자기는 수천만원, 담당 임원은 수백만원씩 가져갔다”는 등의 글이 있고, 댓글도 여럿 달려 있다. 2010년 이래 8년간 경총이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주한 용역은 총 7건, 69억원에 달한다. 엔시에스 컨설팅 사업의 경우 3년간 경총 용역비가 24억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8억원이 관리비·이윤 명목으로 ‘경총 법인 수익’ 몫으로 돌아갔다. 이 몫에 포함된 경총 직원 컨설턴트 수당(2억3000만원)의 상당액이 김 전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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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부회장이 직접 용역 비용을 재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증언도 있다. 직원들 설명을 종합하면, 경총이 정부 용역이나 기업 용역을 맡게 되면 서류상 직원들의 용역 금액이 결정된다. 직책과 용역 기여도 등에 따른 것으로 이 내역은 발주처에 제출된다. 그러나 용역을 담당하는 본부장이나 임원이 이를 김 전 부회장에게 보고하면, 김 전 부회장은 직원의 직책 등에 따라 금액을 재조정한다. 애초 예정된 서류상 금액의 20~30% 수준으로 낮아지기도 한다. 이렇게 김 전 부회장이 정한대로 용역 수익이 직원에게 현금으로 배분되고, 나머지는 김 전 부회장을 비롯해 해당 부문 임원 등이 나눠 갖는다. 사실상 정부·기업에 용역 비용 허위보고서를 제출하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경총 일부 직원은 실제 소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으며, 이를 ‘세금 폭탄’이라 불렀다. 한 경총 직원은 “실제 받은 돈은 100여만원인데 국세청에 신고되는 것은 500만원, 800만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세금을 실제보다 훨씬 많이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영배 전 부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 용역 수익은 직원들의 용역 횟수와 급수 등에 따라 결정되고, 그에 따라 돈을 받는다. 내가 개입하지도 않고, 결재한 적도 없다”며 “정부 용역과 관련해 돈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속 부하였던 류기정 경총 전무는 다른 얘기를 했다. 류 전무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김 전 부회장이 직접 용역을 하지 않았지만 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 보이지 않는 기여를 했다. 그에 따라 수익의 일부를 김 전 부회장에게 인센티브로 줬다”고 말했다. 그는 액수에 대해서는 “많지 않다.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류 전무는 통화를 마친 뒤 한 시간여 뒤에 “다시 확인해 보니 주지 않았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이런 불법적인 행위가 가능했던 구조적 배경에는 외부용역 사업의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온 경총의 회계 부정이 있다고 직원들은 말했다. 어느 기관에서든 용역수주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은 통상적으로 회사의 법인 계정에 반영하기 마련인데, 경총은 임원들이 개별적으로 착복했다는 얘기다. 앞서 경총은 기업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사업을 하면서도 이를 정식 회계에 포함하지 않은 채 별도 처리했고, 총회에도 보고하지 않아 회계 부정과 탈세 의혹 등을 받았다.(<한겨레> 7월6일치 4면 ‘경총, 회계부정 35억 비밀장부로 관리’ 참조) 한 경총 직원은 “정부 용역 등의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고 총회 등을 통해 제대로 감사를 받았다면 이런 식의 불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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