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좌파 인사들이 북핵 개발 초기부터 수십 년간 북한의 주장을 옹호해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진보진영의 주축을 자임하는 민노총 지도부도 좌파 단체들의 공동성명 발표 등 주요 활동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노조 상급단체인 민노총이 외교안보 이슈에까지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본령을 벗어나는 행동이다. 특히 민노총 중앙통일선봉대가 11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북한 핵무기를 감시하겠다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목적이 사라진 만큼 이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쯤 되면 민노총이라는 단체의 성격과 정체성이 의심받을 수준이다.
노조의 정치적 자유는 근본적으로 노동3권과 근로자 권익 옹호를 위한 것이다. 물론 인권, 소수자 보호, 평화, 통일 등의 진보적 어젠다에 대해 노조가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대북제재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그런 진보·보수 문제가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촛불청구서’를 들이밀 듯이 과도한 요구를 거듭해온 민노총이 아예 외교안보 훈수까지 두겠다는 건지 개탄스럽다.
민노총은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정치 활동은 거부하고 있다. 지금 민생 현장에는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 개혁, 사양산업 구조조정 등 노동자의 삶과 고용 안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난제가 쌓여 있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논쟁해도 풀기 어려운데 민노총은 5월 노사정 대표자회의 불참을 선언한 뒤 정작 노동 현안에 대해선 아무런 합리적 요구나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민노총은 본분에도 맞지 않고 국익에도 역행하는 북핵 문제 간섭을 그만두고 헌법과 법률이 노동3권을 보장한 취지를 한 번이라도 되새겨 보라.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