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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현직 지도부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가 전문가 좌담회를 시작으로 4일 본격 개막했다. 이 회의는 매년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해 가장 중요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올해 회의에는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왕후닝 이념·선전 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돌연 불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 국가주석 겸 총서기의 최측근인 왕 상무위원이 그동안 과도한 중국 우월주의 선전 방식을 이어오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그의 불참으로 중국 대외 노선이 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불량 백신 사태 등으로 민심이 들끓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덩샤오핑 전 주석이 1990년 꺼내든 외교 전략인 '도광양회(칼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가 중국 지도부 지침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산당 정치국 위원인 천시 중앙조직부장은 전날 시 주석에게 위임을 받아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국 과학원, 중국 공정원 원사 중심의 전문가 62명과 함께 좌담회를 열었다. 통상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지도부 인사가 현지에서 전문가들을 만나는 일정으로 시작한다.
매년 7월 말~8월 초 열리는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 '베이다이허'라는 휴양지에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비밀 회동이다. 현 지도부와 원로들이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 비판, 자아 반성뿐만 아니라 향후 대책까지 폭넓게 논의한다.
올해 회의가 예년과 다른 점은 공산당 서열 5위급인 왕 상무위원 대신 천 부장과 후춘화 인사 담당 부총리 등 정치국 위원 두 명이 좌담회를 주재한 것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선전을 담당하고 있는 왕 상무위원이 좌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왕 상무위원이 주도한 '강국 우월주의' 선전 방식이 미·중 무역전쟁을 고조시켰다는 당 내부 비판 목소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대내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도광양회'를 다시 꺼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도광양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의미의 유소작위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유소작위 전략을 과도하게 추진한 결과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한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이것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도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중국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홍콩 봉황망은 "중국은 도광양회를 포기한 적 없다"며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도광양회와 유소작위 전략을 차용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시 주석은 대내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미국과 무역갈등으로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불량 백신 사태와 체제 비판 대자보 사건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자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집권 2기를 맞아 처음으로 개최하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내부 결속 방안과 함께 미·중 무역 마찰 타개책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시 주석이 지도부 인사들에게 '도광양회'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해 측근인 왕 상무위원을 좌담회에서 배제시켰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이 집권 이래 최악 상황에 직면했다"며 "미·중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불량 백신 사태까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덩 전 주석 당시 유지해온 도광양회를 버리고 채택한 유소작위 노선이 미·중 무역전쟁 촉발과 경기 하방 압력을 키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상황에 따라 다시 도광양회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량 백신 사태에 이어 체제 비판 대자보 사건까지 터져 나오자 중국 당국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또 최근에는 '곰돌이 푸' 캐릭터가 나오는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크리스토퍼 로빈'이 중국 당국에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상영 불가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에서 '푸' 캐릭터가 시 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이는 점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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