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미국산 불매운동’ 문제는 헷갈리는 원산지

미국산 하겐다즈 캐나다 유제품 사용해 캐나다 공장서 만들어
매케인푸즈 냉동 고구마 튀김 캐나다 회사지만 미국산 재료
밀접한 양국 공급망이 만든 얽히고설킨 관계 보여줘

캐나다에 미국 상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작 어떤 게 미국 제품이고, 어떤 게 캐나다 제품인지 알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양국간 공급망이 유럽연합(EU)에 버금갈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6월 미국의 캐나다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곧 이은 주요7개국(G7) 정상 회의 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신랄한 비난 트윗이 캐나다인들을 자극해 캐나다에 미국산 불매운동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앨버타주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갈랜드 쿨슨은 "캐나다인들은 대개 원산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맛이 좋거나 맛이 별 차이 없다면 값이 싼 제품들을 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가장 가까운 교역 파트너인 캐나다에 철강 관세로 '뺨을 때린' 뒤부터 물건을 살 때는 캐나다산을 더 많이 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복잡한 공급망 제품 구별 어려워

양국간 통상 관계는 예고대로 6월 1일 미국이 캐나다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물리면서 급속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또 1주일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의 뒤 트위터를 통해 트뤼도 총리를 "매우 부정직하고 약하다"고 비난하면서 캐나다 국민들의 정서도 자극했다.

캐나다는 케첩, 오렌지 주스, 요거트를 비롯한 식품과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등 일부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기를 거부하자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캐나다를 따돌리고 멕시코와 먼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미국 제품, 특히 미국산 먹을거리에 대한 불매운동이 캐나다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18% 이상이 캐나다로 향한다. 특히 캐나다 슈퍼마켓의 먹을거리 진열대에는 미국산들이 즐비하다. 노바스코시아주 달루시대의 식품분배정책 교수 실베인 샤를부아의 추산에 따르면 캐나다 식품 진열대의 약 40~60%가 미국산 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식품분야의 밀접한 양국 공급망으로 인해 한 제품에서 캐나다산, 미국산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 조차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미국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대신 캐나다 카와사유업의 아이스크림을 사먹자는 포스팅이 올라왔지만 이내 캐나다에서 팔리는 하겐다즈는 캐나다산이란 비판 글이 올라왔다.

■ 불매장기화 美타격 불가피

네슬레 캐나다는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캐나다 유제품을 사용해 캐나다 공장에서 만든다고 확인했다.

반면 캐나다 식품 메이저 매케인푸즈가 파는 냉동 고구마 튀김은 실제로는 미국산이다. 매케인은 미국의 기후가 고구마 재배에 더 낫기 때문에 미국에서 재배한 고구마를 쓴다고 밝혔다.

막상 미국산 불매, 캐나다산 구매 운동에 나섰지만 정작 어떤 게 미국산이고 어떤 게 캐나다산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머리만 긁적이게 된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산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 미국은 최대 수출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편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캐나다인들의 미국 왕래는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부 캐나다인들은 의도적으로 미국 여행을 기피하고 있지만 자동차를 이용해 국경을 넘어 미국을 다녀오는 캐나다인들은 6월 기준으로 지난해 6월 대비 12.7% 늘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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