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주 차에 박스오피스 8위(5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누적 관객 88만4656명.' 손익분기점 600만명인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의 초라한 성적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전문가들을 통해 '인랑'의 실패 요인을 짚어봤다.
우선 '현실과의 괴리'다. '인랑'에서 남북 간 화해 무드가 남한에 극심한 혼돈을 가져왔다는 설정이 관객에게 다소 어색하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실재하는 풍경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이미 판문점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뤄진 이후에 마주친 설정이기에 실감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애초에 좌표 설정을 잘못해 도착지 또한 어긋났다는 것이다.
김지운 감독 영화의 주된 테마인 '마음의 움직임'이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도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달콤한 인생'(2005)의 선우(이병헌), '밀정'(2016)의 이정출(송강호)은 마음 먹기에 따라 사람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매력적으로 설득해 낸 캐릭터였다. 계기가 모호해도 공감의 여지는 충분했다.
하지만 '인랑'의 주인공 임중경(강동원)은 그 점에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강 평론가는 "김 감독이 잘 다루는 소재임에도 극 전반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설정돼 있어 '공감'의 여지를 되레 반감시켰다"고 했다.
여기서 구체성은 '의욕 과잉'과도 직결된다. 야심 차게 SF와 멜로의 결합이라는 혼성장르적 시도를 했지만, 의욕이 지나쳐 극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섹트, 특기대, 공안부, 인랑 등 집단과 사건의 계기들이 이야기 전반에 뒤엉켜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 모든 선들이 쉽게 구분되지 않고 따로따로 논다"면서 "플롯이 복잡한 탓에 대중이 쉽게 따라가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고 했다.
영화 전반의 정조가 음울한 점도 태생적 난점으로 거론된다.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 애니메이션이 품은 패전 후 일본의 음울한 무드를 그대로 이어받은 탓이다. 이는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대중 관객에게는 답답한 요소일 수 있다. 국내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여름에는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갖춘 영화가 각광받는다"며 "'인랑'이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