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열사, 120억 유치계획 열흘 만에 '없던 일'로
VC업계 "신의 저버린 행동"…"카카오 투자 전문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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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김무연 기자] “투자업계에도 신의(信義)가 있는데, 이사회 결정까지 난 사안이 뒤집어졌다는 건 이해하기 힘드네요.”
카카오의 계열사 핀플레이가 12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작업을 전면 수정해 계열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투자만 받기로 결정하면서 투자업계 반발이 거세다. 이미 투자를 결정했던 벤처캐피털(VC) 업체들은 핀플레이의 갑작스런 계획변경에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이사회 결의까지 마친 상태에서 이를 뒤집는 결과가 나오면서 준비 과정이 모두 허사가 됐기 때문이다.
◇ 핀플레이, 투자유치 계획 전면 수정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핀플레이는 지난달 2일 이사회를 열고 77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함께 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키즈(20억원) 및 카카오인베스트먼트(20억원)를 비롯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15억원)·티에스인베스트먼트(30억원)·신한금융투자(30억원)·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7억5000만원) 등이 투자를 결정했다.
핀플레이는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카카오키즈폰과 카카오키즈워치 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다. 카카오키즈(옛 블루핀)가 지난해 11월 지분 53.66%를 인수하면서 카카오 계열사에 편입됐다. 카카오와 연계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VC들은 핀플레이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싶었던 이번 투자는 지난달 13일 핀플레이 측에서 또 다시 이사회를 열고 계획을 수정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사회에서 회사 측은 전환사채 발행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유상증자의 경우도 다른 VC 참여를 배제하고, 카카오인베스트 홀로 82억5000만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것이다. 뒤늦게 지난달 31일 스마일게이트를 대상으로 추가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지만, 투자 규모는 5억원에 불과했다.
◇ “대기업의 횡포다”…VC, 거센 반발
열흘 만에 투자가 무산되자 스마일게이트·티에스 등 VC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투자를 위해 기업에 대한 분석과 심사 등을 모두 마친 후 최종 납입만 남겨 둔 단계에서 계획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좋은 투자 기회라고 생각했던 VC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핀플레이의 투자 유치 계획에 대해 카카오 경영진이 이를 다시 검토해 다른 VC를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까지 전해지면서 박탈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에 굳이 다른 VC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VC업계에서는 일종의 ‘대기업의 횡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까지 마친 안건이 뒤집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며 “나름대로 신의라는 것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게 되면 앞으로 카카오와 투자에 관해 논의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의사 결정 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카카오의 정점에 있는 김범수 의장의 의중에 따라 투자 건이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전문 투자회사에 비해 투자 프로세스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카카오의 막판 변심도 결국 투자 프로세스가 아닌 고위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결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측에 이번 투자 과정에 대한 설명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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