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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직장에 만연한 집단 이기주의> 대기업 직원들 갑질에 하청업체는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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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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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 본사./뉴시스


모든 걸 혼자 할 수는 없다. 특히 산업현장에서는 최종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이 있으면 그 아래 중간재를 납품하는 하청업체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상생을 위한 협력 관계 사이에도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새로운 규제·법률을 만들고 행정력으로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주시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달라."

작년 6월 취임 직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과 현대차, SK, LG등 4대 그룹 전문경영인(CEO)과 만난 자리에서 새 정부 정책을 설명하며 이렇게 당부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대기업 갑질 사례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대기업 직원들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하청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는 부분은 심각하다. 기업대 기업이 아니라 표면화되기 어렵고 문제가 생겨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조용히 묻히기 쉽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3월에는 건설회사 D사가 하청업체에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전직 현직 임직원들이 아들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기도 하고, 딸 대학 입학 선물로 외제 승용차를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보도됐다.경찰 조사에 따르면 D사 임직원 11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로부터 4년간 총 6억원 상당을 받아냈다.

피해를 입은 하청업체 대표는 심지어 새벽에 자다가도 불려가 계산을 해준 적도 있다면서 돈을 안주면 공사에 트집을 잡거나 레미콘도 안대주기 때문에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해당 하청업체는 이런 갑질에 공사대금도 받지 못해 폐업 직전까지 몰렸다. 이와 관련해 3월 D사 대표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연이어 나온 (불미스러운) 이슈로 심려끼쳐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바 있다.

건설업계만이 아니다. 5년 전 H사 간부와 직원 25명이 11년간 하도급 업체들로부터 25억원을 받은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나타났다. 또한 그 몇년 전에는 전력업체 직원도 하도급업체 등으로부터 15억원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하청업체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기술을 유출하는 사례도 있다. 작년 2월 현금자동화기기(ATM)를 생산 판매하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협력업체가 만든 기기 모터의 제작도면을 빼내 또 다른 협력업체에 넘겨주고 납품단가를 낮춘 사건도 발생했다. 대표와 생산과장까지 연루된 사건으로 협력업체 측에 불량 모터의 신뢰성을 검사한다며 영업비밀인 제작도면과 사양서 등을 보내라고 한 뒤 유출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표면에 드러난 갑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가 대기업 개별 직원의 갑질을 감수해야 거래를 유지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한 직장정보 사이트의 기업 리뷰에는 대기업을 상대하는 하청직원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잡플래닛 기업 리뷰에는 대기업에서 나온다고 하면 거의 전직원이 퇴근 없는 근무 모드에 들어가거나, 시설 유니폼 입고 직원 식당에서 밥도 못먹게 하고 담배도 못피게 한다는 일화가 소개됐다. 한 대기업은 협력업체가 불쌍할 정도로 갑질을 하는 편이며 자기 부모 농약 치는 데 협력업체 직원이 농약 사들고 가는 것도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갑질을 보다못해 한 대기업 직원은 "대기업에서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하청업체 데리고 가서 갑질 솔선수범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해당 게시물에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퇴사했다고 밝혔다.

안병도 기자 catchrod@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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