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인 기상청 지정 폭염연구센터장·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더워도 너~무 더운 날. 폭염연구센터장이 온도를 보고 놀랄 정도였으니…. 이명인 센터장은 “있는 사람에게 폭염은 에어컨을 틀면 그만인 일이지만, 쪽방촌 같은 곳에 사는 극빈층에게는 개인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라며 “어려움은 있겠지만 국가가 나서야한다는 점에서 자연재해에 포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울산과학기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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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황당해하고, 나도 황당했다. 인터뷰를 한 1일은 강원 홍천이 41도를 기록하며 국내 기상관측 이래 111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운 가장 뜨거웠던 날. 정말 자동차 보닛 위에서 계란프라이가 만들어지는 지 실험해보려고 울산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주차장에서 온도를 재는 데 46도(오후 2시반경)가 나왔다. 울산이 46도라니…. 전문가인 그조차 연신 주변 조교들에게 “이 온도계 맞는 거니?”를 묻다가 결국 다른 것으로 다시 재보도록 했다. 인터뷰 중간에 조교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수님, 온도계는 이상 없는데요. 똑같아요.”
―태어나서 46도는 처음 봤다.
“나도…. 기상청 기온은 복사열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디밭 위 1.5~2m 높이에 설치된 백엽상(百葉箱)에서 재기 때문에 기기가 직사광선을 직접 받지 않는다. 주변의 데워진 공기를 측정하는 방식이라…. 지금 이 온도계는 직사광선을 직접 받고 있어서 더 올라가는 것이고…. 사실은 기상청 기온보다 이 온도가 실제 우리가 체감하는 것에 가깝지만… 나도 놀랐다. 46도라니…. 진짜 처음에는 고장 난 온도계를 가져온 줄 알았다.” (계란프라이는 안 만들어지던데…) “자동차 보닛 위에 계란을 깨 떨어트리자마자 프라이가 됐다는 말은 좀 과장된 것 같고…, 오래 놔두면 흰자는 좀 익지 않았을까? 하하하.”
―지난해 국내 최초로 폭염연구센터를 만들었는데.
“기후예측을 전공했는데…, 전에는 사람들이 50년 후, 100년 후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었다면, 요즘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폭염이나 한파, 태풍 등도 통계분포에서 가장 극단에 속하는 강력한 날씨 현상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니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명피해가 많았던 자연 재해가 폭염이다. 또 폭염만큼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재해가 없다. 그런데 전문가들도 어떤 상황이 폭염 상태라는 것은 알지만, 왜 갑자기 뜨거운 대기가 특정 지역에 정체하는지, 왜 일사량이 계속 늘고 또 언제쯤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갈지 등에 대해서는 우리도 그렇고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충분히 안 돼있다. 그런 만큼 예측도 어렵다. 마침 기상청이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폭염연구센터를 공모했고, 우리 연구팀이 선정됐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폭염 때문에 발생했다고?
“1994년 폭염 때 3384명이 일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사망하는 일상적인 숫자를 초과한 것으로, 폭염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망 피해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환자도 2011년 433명에서 2016년 2125명, 올해는 지금까지 2500명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는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로 35만 명이 사망하는 등 더 큰 재해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재해 중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다.”
※폭염의 기준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를 내린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낸 자연재해는 1936년 태풍 3693호로 1104명이 사망했다.
―1932년 8월 1일 대구가 39.3도를 기록하는 등 과거에도 폭염은 있었지만 기후변화라고 하지는 않았다. 최근 폭염을 기후변화 탓이라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1994년 폭염의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상당히 어렵다. 빈도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2003년 유럽 폭염(3만5000여명 사망) 때도 이것이 기후변화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쟁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폭염의 강도와 빈도가 예전에 비해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도 2013년 남부지방에 강한 폭염이 왔다. 2016년도 그랬고 올해는 말할 것도 없고….”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 2010년대 이후 온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 지구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있고…. 인류가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쓰다보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이 늘었고, 이로 인해 인위적인 기후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사람이 만든 대멸종이 있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게 요즘 기후변화 연구의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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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을 막을 방법이 있나.
“당장 폭염 자체를 막거나 날씨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방법은 없다. 단지 폭염이 예상되면 잘 대비하는 것이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도시계획을 통해 폭염의 강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일본에서 그런 연구가 활발하다.” (어떤 연구가?) “에어컨 공조기를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야 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지 같은 것이다. 가정집 에어컨은 아니겠지만 대형 건물의 에어컨 공조기는 크기도 크고 열도 많이 뿜어낸다. 이것을 7~8m 높이로 올려 설치하면 뜨거운 공기가 바로 위로 올라가 보행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차도와 인도 사이에 물 펜스를 설치해 보행자를 폭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물 펜스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일종의 벽이다. 일본은 어떻게 도시계획을 해 빌딩 사이의 바람길 만들지, 고층건물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도 연구한다.” (우리는?) “우리는 무더위 쉼터 정도? 구체적인 대응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이번 폭염이 언제쯤 끝날 것 같나.
“40도까지는 아니지만 13일경까지는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상공에 있는 상층고기압 때문인데, 우리 기상청이나 외국 예보 모두 이 고기압이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 남부 해상의 열대저기압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상층고기압이 ‘열돔’을 인가?) “그렇다. 열돔은 정식 학술용어는 아니고 미국 민간 날씨방송에서 쓴 heat dome이라는 용어를 가져온 것이다. 지상에서 데워진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뚜껑처럼 막고 있는 상층고기압 때문에 주변으로 흩어지지 못하는 상태라 효과적인 표현이기는 하다. 하지만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니라 학자들은 잘 쓰지 않는다.”
―전 세계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상층고기압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이 지역들이 폭염이 극심하다. 상층고기압은 중위도의 제트기류가 약해질 때 나타나는데, 열대와 극지방의 온도 차이가 작을수록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이렇게 만드는 중요 원인이 지구온난화다.” (기후 현상을 설명할 때 애매하면 지구온난화 탓으로 돌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구온난화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던데…) “하하하,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다. 지구온난화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려고 중국이 만든 개념이라고…. 트위터에 ‘이렇게 추운데, 빌어먹을 지구온난화가 어디에 있다는 거야?(It’s freezing outside, where the hell is global warming?)‘라고 쓰기도 했고….” (지구온난화가 없다는 주장의 신빙성이 확 떨어지는 것 같다. 그분은 날씨와 기후를 구별하지 못하는 걸까?) “하하하,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1990년 1차 보고서를 시작으로 지금 6차 보고서를 준비 중인데 지난 수십년간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이미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고 나오고 있다.”
―트럼프 얘기를 했지만 사실 2011년 1월 96년 만에 해운대 앞바다가 얼었을 때도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가 뭐냐?”고 말한 사람이 많았다.
“지구온난화는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을 말하는 거라 특정 지역의 날씨와는 다르다. 우리가 강추위일 때 다른 나라는 고온일 수도 있고…. 우리는 지금 폭염이지만 베이징은 덥지 않다. 얼마 전에는 홍수도 발생했고….”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2004)‘ 같은 상황이 실제 발생할 수 있을까?
※투모로우는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해류 흐름이 바뀌고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인다는 내용의 재난영화다.
“가능하다. 전 세계 해양은 거대한 해류의 흐름인 ’해양 컨베이어벨트‘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있다. 바닷물이 하나로 섞여 흐를 것 같지만 실제는 차가운 깊은 물과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가벼운 얕은 물이 아래위로 따로 흐른다. 그러다가 표층의 따뜻한 물이 그린란드에 이르면 차가워지면서 무거워져 아래로 내려가면서 해류 순환이 이뤄진다. 얼 때 소금을 뱉어내기 때문에 얼음은 다 민물이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지고 가벼워진다. 그린란드 부근에서 차가워져 밑으로 내려가야 할 해류가 가볍기 때문에 안 내려가거나 느리게 내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해류 컨베이어벨트가 느려지거나 멈춰져서 더운 해류가 올라가지 못하면 갑자기 추워질 수 있다. 이런 가설에 기초해 만든 영화가 투모로우다.”
―정부와 국회가 폭염도 자연재해에 포함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무더위에 체력이 약해 쓰러졌는지, 지병 때문인지 구별이 쉽지 않을 듯한데.
“직접적인 피해여부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고, 또 보상의 기준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다른 자연재해와 달리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풍수해보험도 처음에는 피해의 직접성을 판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원래 보험사에서 날씨 보험을 안 하려고도 했었고…. 하지만 결국 실현시켰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의 구체성이나 직접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쪽방촌 같은 곳에서 폭염을 견뎌야하는 고령자나 극빈자 등 취약 층은 스스로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개인이 막을 수 있는 차원을 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야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재해에 포함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어떻게 하느냐는 점은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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