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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9개월여만에 총무원장 사퇴’···조계종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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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불명예 퇴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를 받아 당선된 지 9개월여 만이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를 비롯한 외부의 반대세력 뿐만 아니라 조계종 내부 인사들도 등을 돌렸다. 총무원장 선거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선승으로 꼽혔던 설정 스님은 권력은 물론 명예까지 잃게 됐다. 설정 스님은 이르면 오는 8일 원로회의 직후, 늦어도 16일 중앙종회 이전에는 사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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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뚫고 당선···그러나 해명에 실패

설정 스님에 대한 주요 의혹은 지난해 선거과정부터 터져나왔다. ‘서울대 학력위조 의혹’은 본인이 인정한 뒤 사과했지만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숨겨둔 부인과 자녀(은처자)가 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뒤 설정 스님은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깔끔하게 소명하겠다”며 “그것이 소명되지 않고서는 종단의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도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MBC <PD수첩>이 지난 5월1일 방송에서 관련 의혹을 다시 다루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진보진영 시민사회 원로 등의 퇴진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6월20일부터는 설조 스님이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설정 스님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언제든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공언했다. 설정 스님의 친딸로 지목된 전모씨의 친모가 모든 의혹을 부인하는 녹취록과 동영상도 공개했다. 그러나 정작 친딸 의혹을 받고 있는 전씨의 유전자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계종 총무원 측은 ‘전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의혹이 계속되자 지난 6월15일 ‘교권 자주와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의혹을 조사하고,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혁신안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설정 스님도 “혁신위 결정에 따르겠다”며 공을 넘겼다. 내부 인사 위주로 구성된 혁신위가 현 총무원장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8월말에 혁신위가 ‘중재안’을 내놓으면 설정 스님을 둘러싼 사태가 봉합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밑에서부터 다른 분위기가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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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에 무슨 일이···갑자기 바뀐 분위기

지난달 27일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스님들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원장 퇴진과 승려대회를 통한 종단 적폐 해소를 주장했다. 일반직 종무원 57명도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내고 “총무원장 선거 당시부터 일부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은 이제 종단 운영 전반을 향한 의혹과 비난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당초 제기됐던 의혹의 진위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돼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전인 지난달 25일 조계종의 가장 큰 어른인 종정 진제 스님이 “(혁신위 발표가 나오는)다음 달 말쯤에는 종단에서 좋은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했다.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감지한 설정 스님은 한발 물러났다. 지난달 27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종단 주요 구성원분들께서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뜻을 모아주신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다만 “종단 운영의 근간인 종헌종법 질서는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종헌종법 질서를 근간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건을 붙였다. ‘명분을 만들어주면 보기좋게 사퇴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번에는 종단 내부에서 설정 스님에게 압력을 가했다. 27일 기자회견 뒤 원로회의 의원스님 10명이 ‘조계종 3원장(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전·현직 회장단이 설정 스님의 용퇴를 압박했다. 결국 설정 스님은 지난 1일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인 성우 스님을 만나 “16일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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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바꾼다고 개혁이 될까

설정 스님의 퇴진이 확정되면서 조계종의 향후 주도권을 누가 잡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 종단 내 기존세력은 ‘종헌종법에 따른 위기 수습’을 강조하는 반면, 전국선원수좌회와 설조 스님 지지세력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한 적폐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궐위 시 60일 내 선거를 치러야 한다. 새 총무원장 선출 때까지 권한대행은 총무부장이 맡는다. 간선제인 총무원장 선거는 중앙종회 의원들과 각 교구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투표권을 가진다.

이 방식대로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하면 현재 집행부와 중앙종회, 교구본사 주지 스님 등 기득권을 가진 세력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설조 스님 측과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은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여전히 중앙종회와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에게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은 지난 선거에서도 설정 스님을 지지해 당선을 이끌었다.

전국선원수좌회는 오는 23일 ‘초법적 기구’인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해 ‘판을 바꾸려’ 시도할 계획이다. 반면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일찌감치 “일부 세력들이 개최하려는 승려대회를 인정할 수 없으며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계종 공식기구인 원로회의는 오는 8일, 중앙종회는 16일에 열린다. 현재 81명인 중앙종회 의원들의 임기는 4년으로 오는 10월에 만료된다. 설정 스님 퇴진 이후에도 조계종의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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