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입구/ 나유리 기자 |
경리단길에 위치한 중개업소에 전세 매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나유리 기자 |
경리단길 골목사이사이로 식당이 위치해 있다/ 나유리 기자 |
경리단길 1층 우측매장이 폐업상태에 있다/나유리 기자 |
"여기는 평일 오후나 주말 장사로 사는 편이라, 그때 손님을 못 받으면 끝난 거죠. 임대료 싸다고 해서 왔다가 본전도 못 찾고 가는 사람들 많아요"
이태원 경리단길은 10여 전부터 이태원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자리 잡은 개성 있는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재 경리단길은 핵심 자리의 권리금이 2분의 1수준으로 반 토막 날 만큼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끝자락에서 만난 중개업자 김 모씨(50)씨는 "임대료 임금 등은 오르는데 장사 매출은 줄어들어 영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김모씨가 운영 중인 부동산중개업소의 전세물은 총 8건. 상권 보증금은 1000만~8000만원, 월 임대료는 150만~550만원 수준이다. 다른 상권에 비해서는 싼 편이지만 모두 2주 이상 계약관련 연락이 없는 상태다.
서민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경리단길 점포 임차인들도 속앓이 중이다. 겉보기엔 인기상권을 누리고 있는 듯 보이지만 구경만 하다가는 사람도 많아 매출이 적은 곳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경리단길에서 비교적 인기가 높은 점포 5곳을 방문한 결과 모두 고용인원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A볶음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40)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줄었다"며 "며칠 전 평일주말 상관없이 쓰던 아르바이트생 2명 중 1명은 주말에만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오전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던 영업시간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로 늘렸다. 그는 "영업시간을 늘려 손님을 최대한 받으려고 하고 있다"면서 "가끔 손님이 몰려오는 경우는 아르바이트생 1명으로도 벅차지만 평일에 한 명 이상 두면 적자가 날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10m가량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B초밥집은 최근 영업시간을 오후 11시에서 10시로 단축했다. 초밥집 주인 최모씨(40)는 "이미 홀서빙과 주방일을 하는 종업원들이 최소로 운영되고 있어 더 줄일 수가 없다"면서 "예전에는 브레이크 타임(3시30분~4시30분)은 꼭 지켰는데, 이젠 그사이에 손님이 들어오면 무조건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주말이라 쉴새없이 바빠야 할 B초밥집은 브레이크타임을 포함한 한 시간 동안 3테이블을 받았다.
생존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는 경리단길뿐만 아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국 소상공인 매출 통계에 따르면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소매업·숙박업·학원 등 7개 업종의 올해 1분기 월평균 매출은 3372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분기의 월평균 3846만원과 비교했을 때 12.3% 급감한 수치다. 만성화된 내수부진과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의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 폐업도 증가하고 있다. 소상공인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지역 창업률은 2.4%지만 폐업률은 4.3%에 달해 폐업률이 창업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 100개중 4개가 문을 닫고 2개가 새로 창업한 것. 지난 4일 오후 6시, 주말 저녁장사를 위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해야 할 시간. 이태원 녹사평역방향 경리단길 입구서 경리단길의 중간지점(주한피지대사관 부근)까지 확인한 결과 휴가 등 별도의 안내문 없이 문 닫은 업체는 12곳이었다.
폐업 고민을 하고 있다는 C커피숍 주인 오모씨(35)씨는 "이렇게 더운 날에는 시원하게 해놓지 않으면 손님들이 들어오다가도 나가는 경우가 있어 계속 에어컨을 틀어놓는다"며 "매출은 줄었는데 매달 나가는 건 늘고 있어 가게 매출이 좋을 수가 없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 비용은 매년 크게 늘자 자영업자 상황은 매년 추락하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관계자는 " 최저임금 인상 등은 자영업 고용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자영업자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하반기 불경기 대란이 벌어지면 골목 식당과 편의점들이 버텨낼 수 없다"고 말했다.
나유리 기자 yul115@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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