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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34>가장 손쉬운 창업 중 하나는 기존 기업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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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수많은 예비창업자 대부분은 창업을 준비할 때 기존 회사를 인수하기보다 신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큰 꿈을 품고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 입장에서 회사명과 로고, 사무실, 집기뿐만 아니라 직원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결정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하고자 하는 사업 내용이 혁신적이어서 기존 기업 인수로는 수행하기 어렵거나 적합한 인수기업을 찾기 어려워 신생 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사 업무 특수성 때문에 혹은 인수적합 기업을 찾기 어려워서 신생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 방법론이 신생회사 설립만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창업가들이 많은 듯하다.

모든 것을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열의를 꺾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투여된다. 다시 말해 신생회사를 견실한 조직체로 만드는 데는 커다란 조직구축 비용이 유발된다. 필요한 모든 직원을 완벽히 셋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어쩌다 한 명씩 찾아오는 구직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시간을 비워야 하며, 어렵게 채용한 직원이 관련 분야를 익힐 때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초기 조직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도 다양한 분야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는 재무회계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갖춰야 할 스펙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반대로 마케팅 내지 재무 출신 창업가는 회사 서버 내지 전산 장비 구축 적정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조직을 구축하는 데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를 원활히 행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결재 문서 양식과 결재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많은 고민과 노고가 투여된다. 이 밖에도 회사 사무실과 사무기기 구입 등 모두 시간 내지 비용이 투여되는 일들이다.

하지만 자신이 수행하고자 하는 사업 내용과 유사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이러한 비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작게는 사무실과 사무기기도 완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분야별 인력과 나름의 행정처리 체계도 구축되어 있다. 이럴 경우 부분적 수정 보완을 통해 신규 사업에 적합한 형태로 조직과 회사 형태를 변형하면 된다. 부수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은 그대로 둔 채, 핵심 역량을 만들어 줄 인재만 영입하거나 채용하면 된다. 회사 업무 처리 방식이 전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면 수많은 업무 처리 중 수정하고 싶은 부분만 수정 보완하면 그만이다.

이런 관점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가장 용이한 방법 중 하나는 기존 기업의 인수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경우, 신생 벤처기업 간 인수합병은 물론이고, 영업양수나 전략적 제휴 등이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인수합병이 시도되고 있는 듯하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2000년 국내 M&A 건수는 106개였지만, 2015년 623개로 5.9배 증가했다. 거래 규모 역시 같은 기간 13.9조원에서 118.8조원으로 8.5배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M&A 대부분은 신생 벤처기업 내지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 간 인수합병 내지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앞서 언급한 M&A 평균 금액이 1795억원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한 창업가 성공스토리 속에서 집 앞 창고에서 시작해 회사 상호와 로고는 어떠한 의미를 투영해 만들게 되었고, 초기 출시 제품명은 어떠한 의미를 담아 제작하게 되었다는 등의 내용을 종종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 시간, 비용이 투여되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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