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ㆍ밤 인지하는 생체시계 유전자가 잎의 노화 조절한다

국내 연구진이 식물의 생체시계 유전자가 잎의 노화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남홍길 기초과학연구원(IBS) 노화ㆍ수명연구단 연구진은 “식물이 낮ㆍ밤을 인지하도록 하는 생체시계 유전자(PRR9)가 주요 노화 유전자(ORESARA1ㆍ오래사라1)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고 5일 보고했다. 나뭇잎 색이 변하거나 사과ㆍ토마토 등이 떨어지는 일들이 모두 식물 노화와 연관돼 있다.

연구진은 애기장대를 활용, 아침 해가 뜬 뒤 1시간 후에 활성화하는 PRR9가 오래사라1 유전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거나, 오래사라1 유전자 활성을 막는 다른 물질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잎의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제 PRR9가 일하기 시작한 뒤 3시간 후에 오래사라1 유전자가 활성화됐다. 남홍길 연구단장은 “생체시계 유전자가 노화를 조절하는 생애 시계에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생체시계 유전자가 식물 노화 유전자 발현에 관여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래사라1은 이 연구단이 지난 2009년 최초로 발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소개한 노화 관여 유전자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애기장대는 노화 작용에 이상이 생겨 잎이 떨어지지 않고, 잎이 광합성을 하지 못해도 노랗게 변하는 현상이 지연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개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