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3 시험문제 유출사건, 검찰로 송치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고3 내신 시험문제 유출사건 수사가 검찰로 넘어갑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된 광주 한 고등학교 행정실장 58살 박 모 씨와 학부모 52살 여성 신 모씨 2명을 기소 의견으로 내일(6일) 광주지방검찰청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공범 관계인 박 씨와 신 씨는 고3 수험생이자 해당 학교 학생인 신 씨 아들의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올해 3학년 1학기 이과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통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박 씨와 신 씨 모두에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시험지 원안을 빼내려고 학교 시설물에 무단 침입한 행정실장에게는 건조물침입 혐의를 각각 추가로 적용했습니다.

시험문제 유출 사실은 서술형까지 완벽하게 예고한 신 씨 아들을 수상히 여긴 반 친구들의 진상규명 요구로 드러났습니다.

신 씨의 아들은 엄마가 '족보'(기출문제 복원자료)라면서 건넨 A4용지 4장 분량의 학습자료로 시험을 준비하면서 문제 일부를 동급생들에게 알려줬습니다.

학부모 신 씨는 학교 행정실장 박 씨가 몰래 빼낸 시험문제를 미적분·기하와 벡터·생명과학Ⅱ 등 아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난도가 높은 문제만 간추려 편집본을 만들었습니다.

행정실장 박 씨는 학교 측 관리소홀을 틈타 등사실에 보관된 시험지 원안을 행정실로 가져와 복사하는 수법으로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사본을 통째로 학부모 신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등사실 열쇠는 박 씨가 책임자로 있는 행정실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시험문제 유출에 학교 윗 선이 개입했는지, 과외교사 등 외부인이 문제풀이와 편집본 제작에 도움을 줬는지 등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까지는 신 씨와 박 씨 두 사람만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들은 중간·기말고사를 약 1주일 앞두고 광주 남구 노대동 한 카페에서 만나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하루 뒤 카페 근처 도로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시험지 복사본을 주고받는 등 유출 경위가 상세히 드러났습니다.

다만, 정년퇴직을 불과 2년여 앞둔 행정실장 박 씨가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 이유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행정실장 박 모 씨는 학교 운영위원장인 신 씨의 영향력과 부모로서 딱한 처지를 이해해 시험문제 유출 요구에 응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집과 자동차, 일터에서 압수 수색을 하고 세 차례에 걸쳐 금융거래 분석 대상을 주변인으로 확대했으나 시험문제 유출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학부모 신 씨가 정년을 앞둔 행정실장에게 병원사무 등 일자리를 약속했는지, 행정실장 본인 또는 주변인에게 값비싼 시술을 무료로 제공했는지 등 대가성 가능성을 폭넓게 두고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사건 수사는 학교 측이 고소장을 낸 지난달 12일 이후 25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문제 유출 경위는 전말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면서 "금품거래 등 대가성 입증에 수사역량을 집중했으나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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