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자라니, 취라니, 폰라니…각종 고라니 천국된 대한민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년간 보행자 교통사고로 총 28만5735명 입원…전체 교통사고 입원자 수의 15.4% 차지

아시아경제

자전거 사고율이 높은 방학사거리 부근에서 자전거운전자들이 차로 2차선을 침범해 달리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국도나 시내도로 등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행인들로 인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갑자기 나타난 행인들을 빗대는 용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이 국도 등에서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를 빗댄 용어들로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5일 질병관리본부가 2011~2015년에 보행자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조사(170개 병원 기록 조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년간 보행자 교통사고로 총 28만5735명이 입원했다. 연간 5만7147명, 일간 157명이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이는 전체 교통사고 입원자 수의 15.4%를 차지하는 수치다. 보행자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기간은 전체 교통사고의 입원기간보다 약 4~6일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차량 운전자들의 부주의보다는 보행자들의 안일한 안전 의식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이른바 ‘스몸비족(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주변 환경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smombie)으로도 불리는 ‘폰라니(스마트폰+고라니)’들로 인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보행 중 스마트폰·음향기기 사용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보행할 때는 평소보다 보행 속도와 신호에 따른 반응속도 모두 느려진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자신이 차량을 보지 않고 보행하더라도 운전자가 알아서 피할 것을 기대하는 보행자의 인식이 사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으면 평소보다 시야가 좁아지고 청력도 감소한다. 사람의 평소 시야 각도는 평균 120°~150°지만 스마트폰을 볼 때에는 10°~20°로 급격히 줄어든다. 사실상 눈을 가리고 걷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돌발 상황과 장애물에 대처할 수 없는 셈이다. 2015년에 보험사 현대해상이 발표한 통계를 살펴보면 2015년 현대해상에 접수된 보행자 교통사고 2만2522건 중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1360건으로 지난 2009년 이후 6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로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명 ‘자라니’도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서울시내에서 자전거에 의한 교통사망사고가 81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는 2015년엔 27명, 2016년 24명에서 지난해에는 3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망사고 중 차지하는 비중도 3년 새 7%에서 9%로 높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교통사고는 3월부터 급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추위가 풀리고 야외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라니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법 규정의 미비와 함께 자전거 운전자들의 인식 부족이 꼽힌다. 자전거는 현행법상 ‘차량’으로 구분되지만 실제로 자전거 운전자들은 편도 3차선 이상의 큰 도로에서 주행하다가 무리한 진로변경이나 신호위반, 역주행 등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동휠과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를 뜻하는 ‘전자고라니’는 물론 술에 취한 채 갑작스레 도로로 뛰어드는 만취 보행자 ‘취라니’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산적한 각종 ‘고라니’들이 교통사고 유발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 지자체에서 신호 체계를 개선하는 등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근본적은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보행자들의 의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행자 교통사고 중 상당수가 운전자보다는 보행자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심야시간대나 커브길 등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곳에서는 운전자보다 보행자들이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