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재발견 칭찬? 좋죠!" 주지훈의 뜨거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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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인터뷰①]에 이어서.

배우 주지훈은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을 촬영하며 "절망을 맛봤다"고 말했다. '절망'이라는, 다소 극적인 단어에서 녹록지 않았던 연기, 그리고 고민의 과정이 짐작됐다. '공작'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북핵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북측 고위 간부에게 접근한 안기부 스파이 '흑금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주지훈은 북경 주재 국가안전보위부 제2국 과장 정무택을 연기했다. 정무택은 대북 사업가로 위장한 스파이 박석영(황정민 분)을 끊임 없이 견제하고 위협하며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인물이었다. 말과 말이 부딪치는, 일명 '구강 액션'이 주는 긴장감, 그 긴장감에서 비롯된 영화 속 공기를 위해 치열하게 연기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 "형들은 밑바닥을 봤다고 했다"는 그의 말처럼 연기 베테랑인 황정민과 이성민, 조진웅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던 촬영이었다.

'공작'에서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변수를 쥐고 있는 인물로 영화의 흐름을 조율했고 결과적으로 주지훈은 '공작'을 통해 또 한 번 '재발견'을 이뤄냈다. 개봉 4일 만에 누적관객수 488만6290명(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흥행 중인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에서와는 또 다른, 분명 새로운 얼굴의 주지훈이었다. 지난 2006년 MBC 드라마 '궁'을 시작으로 어느새 올해 배우 데뷔 13년차가 됐다. 영화 '아수라'(2016년) 이후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면서 배우로서 그의 진가도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지금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로 1000만 배우가 됐고 성수기 극장가 두 편의 텐트폴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으로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공작'에서의 치열한 고민부터 여름 극장가 흥행작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주지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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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지훈의 재발견'이라는 칭찬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A. 좋다. (웃음) 재발견이라는 말은 정말 진짜 좋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전에도 열심히) '하긴 했었는데'라며 아쉬움이 남기도 하더라. 영화는 어찌됐든 많은 분들이 봐주셔야 하더라. 이전에 했던 것들도 있었는데 망하기만 하다 보니 (내가 열심히 한 걸) 모르시니까 망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웃음) 재발견이라는 말도 이전에 했던 것이 대중 분들의 기억에 없으니까 나오는 것 같다. 정말 사랑했던 작품들이 기억에 없는 건 너무 가슴이 아프다.

Q. '열일' 행보, '다작'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에겐 '소진된다'는 우려가 뒤따르기도 하는데 주지훈의 생각은.
A. (황)정민이 형도, (하)정우 형도 직접 몸소 보여주고 있지 않나. 사실 8~9년 전을 생각해보면 배우가 다작하면 소진된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결론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영화의 본고장이라는 할리우드에서도 우리가 1년에 같은 배우를 몇 번씩 본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다작한다. 배우는 연기하는 게 자기 일인 거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배우들을 대표해서 전하는 생각은 아니지만, 배우는 작품을 많이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나도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대중을 만족시키려면 굉장히 열심히 살아야 한다. 작품과 작품 사이 디테일도 변화해야 하고 각 작품을 하면서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가야 한다. 굉장히 고된 작업인 건 확실하다.

Q. 물론 힘들기도 하지만 배우로서 연기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과정을 충분히 즐기기도 하는 것 같다.
A. 맞다. 나는 함께 뭘 만들어가고 이야기를 해가는 걸 너무 좋아한다.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인터뷰도 그렇게 많이 힘들어 하지 않고 재미있다. (웃음) 예전에는 인터뷰가 불편했는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는 비판은 언제든 받아들인다. 다만 비방과 조롱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비판도 정성스럽게 바라봐줬기 때문에 나오는 거고 내가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Q.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은 어떻게 느끼고 있나.
A.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게 크지 않다. (웃음) (황)정민이 형, (이)성민이 형 등 형들에 비하면 가장 살만한 포지션 같다. 하하. 형들은 영화의 메시지나 그런 부분에 있어 전달해야 하는 책임감도 크다. 그런 역할은 확실히 힘들고 부담스럽지만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할 때는 아닌 것 같다.

Q. 황정민, 이성민, 정우성, 이정재, 하정우 등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배우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작품을 해올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A. 영화 '아수라' 때부터 형들과 함께 해서 안정감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선배들과 작품을 많이 해봤고 그런 작품들이 이제 쌓였다. 선배들과의 작품에서 주눅들지 않는다는 게 있으니 스스로도 거부감이 덜한 것 같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작은 집에 3대가 같이 살았고 고모까지 해서 8명 한 식구가 한 집에서 살았다. 주위에 개성이 강한 친구도 많다. 이런 현실이 실제로 존재하다 보니 형들과의 작업에서도 거부감이 없고 나이 많은 사람들을 크게 어려워 하지 않는다. 어린 친구들이 오히려 어렵지. (웃음) 그리고 형들과 작업하면서 책임감이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비슷한 또래, 후배들과 연기할 때보다 경력이 많은 베테랑 선배들, 감독과 작업할 때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그러면서 조금 더 나의 것에 집중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Q. 필모그래피가 쌓이면서 배우 주지훈이 얻게 된 것은.
A. 작품 수가 늘어나면서 경험도 늘어났고 현장도 익숙해지고 편해지고 메커니즘도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연기하는 방법도 알게 됐다. 예전에는 나 혼자 메소드 연기를 하겠다고 캐릭터에 깊이 동화돼서 갔는데 현장에서 신이 바뀐 적이 있었다. 이미 그 상황과 캐릭터에 몰입이 돼 있는데 그걸 현장에 맞게 바꾸는 데 시간이 결국 오래 걸렸다. 그렇게 시간을 날린 경험도 있다 보니 이젠 상황과 장르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점이 이전 보다 나아진 것 같다.

Q. 하정우, 정우성 등 선배들과의 친분도 두터워졌다.
A. 신세계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우성이 형, 정재 형은 배우면서 제작도 하고 회사도 운영한다. 김용화 감독님도 제작도 하고 감독도 한다. 난 궁금한게 너무 많은데 이분들은 내가 궁금한 모든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 이분들과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물어본다. 서로 다 성향이 다른데 자주 만나면서 친해졌다.

Q. 30대 주지훈의 목표는.
A. 30대에 큰, 특별한 목표는 없다. 흐려졌다고 해야 할까. 과거를 돌이켜 보면 오래 시간을 들여야 하고 당장 이룰 수 없는 큰 목표를 정해놓고 고통 속에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살아서 얻는 것도 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충실히 살려고 한다. 넓게 보면 이번주를 충실히 살려고 한다. 이젠 뭐든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편이다. 어차피 결과는 같으니까. 하나씩 받아들이고 고민이 줄어들면 생각보다 편해진다. 에너지를 네거티브한 생각에서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긍정적인 생각에서 만드는 편인 것 같다. 예전의 마른 모습이 더 보기 좋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럼 어떡하냐, 지금 안 말랐는데'라고 하기도 한다. '그때 그 모습이라도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웃음) 말랐을 때보다 맛있는 것 먹을 수 있고 큰 옷 입는 재미도 있다. (웃음)

Q. '공작'과 '신과 함께: 인과 연'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
A. 처음엔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사실 개봉은 배우 의사와 아무 상관이 없다. 결국은 날짜가 박히는 순간, 내가 걱정한다고 날짜가 바뀌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지금 '신과 함께'가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신과 함께'를 이미 본 관객 분들에게 '공작'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드려서 더 찾아주실 수 있도록 홍보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영화가 두 편 개봉하는 경험을 하는 배우들이 많지 않다. 지난해에 (하)정우 형이 처음이고 올해 저랑 (이)성민이 형이 처음이다. 스페셜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한 거고 언젠간 이 경험을 써먹을 수 있는 때가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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