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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르포]건설현장 '폭염'과 전쟁…"온몸을 냉장고에 넣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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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40도 육박 "올해 무더위는 난생 처음"

얼음박스·포도당·더위보이 등 각종 무더위 해법 등장

뉴스1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공사 현장©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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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요즘 같은 날씨엔 오아이스(얼음 냉장고) 안에 온몸을 넣고 싶은 마음이죠." (현장 근로자 A씨)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물산의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건설 현장이다. 외부작업이 많은 건설업 특성상 직원들 대부분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팔토시와 안면 가리개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선 속수무책이었다.

10년 이상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A씨도 "태양을 피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 최근 폭염에 혀를 내둘렀다. 이날은 오존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체감온도는 40도 넘어…"2018년 무더위는 난생 처음"

아직 정오가 지나기 전이지만 잠시만 서 있어도 등에 땀줄기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잠시 현장을 둘러보는 중간중간 연신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기 바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최고 온도는 37.9도를 기록했다.

현장 근로자 역시 마찬가지다. 내리쬐는 태양과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체감온도는 40도를 넘겼다. 마침 녹색 상의를 입고 지나는 직원이 눈에 띄었다. 등에 선명하게 새겨진 땀 자국이 이번 폭염 수위를 말해주고 있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공사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된다. 아파트 외부 작업을 담당하는 근로자들은 잠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 40대 직원은 "무더위는 해마다 겪는 일이라 아내도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데 전화 한 통 없어 서운하다"고 웃으며 말한 뒤 다시 리프트에 몸을 실었다.

점심시간인 11시가 됐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출입구 옆에 마련된 오아시스 앞으로 몰려왔다. 오아시스는 직원들을 위해 조각 얼음이 채워진 냉장고다. 이내 얼음을 꺼내 입에 물고는 잠시나마 더위를 식혔다. 바로 옆엔 직원 건강을 위한 포도당도 비치돼 있었다.

한 30대 근로자는 "현장 경험만 8년인데 올해와 같은 더위는 난생처음이다"며 "다음주부터 현장 전체가 휴가로 지정돼 피곤함보다 즐거움이 많다"고 전한뒤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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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 블레스티지 현장에 마련된 '오아시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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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실외온도 37도 이상이면 작업 중단

삼성물산은 외부 온도에 따라 근무와 휴식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안전관리자들은 직접 실외로 나와 온도를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온도가 33도 이상인 경우 50분 근무하고 10분 휴식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최대 37도가 넘으면 공사를 중단한다. 실제 지난 2일엔 오후 3시에 외부 작업이 끝났다.

건설현장은 일반적으로 공종별로 협력업체들이 업무를 담당한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현장도 30여개 업체에서 약 1200명들이 투입됐다. 각 팀장들은 근무시간을 체크해 휴식시간을 꼼꼼하게 챙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남녀 별도 샤워장과 에어컨이 설치된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며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방침으로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준공률 약 80%을 넘어섰다. 현장을 둘러보니 조경을 제외하고 제법 아파트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실내에선 마무리 마감재 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원들은 실내 작업도 폭염에선 예외가 없다고 전했다.

한 현장 근로자는 "실내 마감작업의 경우엔 에어컨이 없어 실외 못지않게 무덥다"며 "특히 욕실 작업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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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마련한 'Safety Lounge'에서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물산)©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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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2시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더위보이'

삼성물산 현장에선 폭염주의보 이상 경보가 발표되면 오후2시부터 1시간반동안 '더위보이'가 활동을 시작한다. 더위보이는 현장소장을 포함 삼성물산 직원들이 조를 구성해 근로자들을 위해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작업장까지 배달하는 역할을 한다. 무더위에 지친 근로자들의 활력소와 같다. 이는 다른 건설사에서도 벤치마킹했다는 후문이다.

김진규 래미안 블레스티지 현장소장은 "야구장에서 맥주를 파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더운 여름 날 작업장으로 직접 음료수를 배달해 많은 근로자분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장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휴식공간과 별도로 지하주차장에 'Safety Lounge'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안전 규정을 준수한 근로자에게 이용 기회를 부여한다. 이곳엔 에어컨·음료·침대·소파 등이 마련돼 있어 피로를 잊을 수 있는 장소다. 마치 공항에 마련된 VIP 라운지와 흡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휴식시간 10분이지만 이곳에선 1시간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다른 계절보다 휴식의 집중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최근 건설사들도 무더위에 따른 직원 건강을 대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은 기상청이 제공하는 열 지수를 바탕으로 작업을 관리한다. GS건설 역시 더위보이를 혹서기에 운영한다. 또 한화건설은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1시간 주기로 15분 이상 휴식을 적용한다.

다만 업계에선 주 52시간 근무 시행과 야간 작업이 사라져 공기(공사기한)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밤낮없이 작업을 강행하는 돌관공사가 사라진 탓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투입인원을 대폭 늘리면 해결될 사항이지만 인건비 증가에 따른 사업성 하락이 문제다"며 "입주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초초해지는 것은 모든 건설사들이 겪고 있는 고민"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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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2재건축현장의 김진규 현장소장이 ‘더위 보이’로 변신, 근로자들에게 얼음물을 배달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물산©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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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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