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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페이스북 사용자, 음란물에 곤혹... 30∼40대가짜계정 피로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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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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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의 한 교회 목사는 최근 페이스북을 쓰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본인 계정 페이스북에 이른바 '야동'이 버젓이 게시돼 있어서다. 페이스북 친구로부터 소식을 들은 뒤 민망함에 페이스북 활동을 중단했다.

#2 30대 회사원 A씨는 얼마 전부터 남의 게시물만 보는 이른바 눈팅만 한다.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음란 게시물에 태그된 것이다. 평소 친구 요청이 많다보니 무심코 수락을 했는데 어느 새 음란물 게시판으로 변질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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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계정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있다(페이스북 화면 캡처)


일부 페이스북 사용자가 가짜계정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신의 계정에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고, 불법도박이나 성매매를 제안하기 때문이다. 사회·경제활동이 활발한 30~40대 남성 이용자가 주 타깃이다. 페이스북 친구가 많을수록 공략대상이다. 친구 요청 수락이 상대적으로 쉽고, 효과가 커서다. 가짜계정이 개인정보 취득에서 사행성 도박이나 성매매 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가짜계정에 한 번 당한 이용자는 담벼락이나 댓글에 글쓰기를 제한하는 등 활동이 줄어든다. 심지어는 활동 자체를 접기도 한다. 끊임없이 오는 친구 요청도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회사원 김 모씨(38세)는 “얼마 전 올린 게시물에 성매매를 알선하는 댓글이 달려 게시물 자체를 삭제했다”면서 “모든 기능을 닫아둔 채 지인들 소식만 둘러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도 가짜계정과 친구를 맺었다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정에 따라서는 친구 수락을 하지 않아도 담벼락이나 게시물에 글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 가짜계정은 대부분 일반인인 척 접근한다. 주로 예쁜 여자사진을 프로필에 내건다. 사진 도용 문제를 피하려 대부분 포토샵을 활용했다. 일반인 사진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친구를 맺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불법도박이나 성매매 사이트로 변질된다.

최근에는 대문사진이나 게시물에 야한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지 않는다. 야한 사진 대신 글자를 이미지로 만들어 게시한다. 페이스북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이 포토 아이디를 판별해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비활성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한국인을 대상으로 미군을 사칭한 가짜계정이 최근 부쩍 늘었다. 외국인 남자 사진을 걸고 직업란에 군인이라고 적었다. 주한미군으로 잘못 알고 거리낌없이 친구 요청을 수락하도록 유도한다.

페이스북은 활성 사용자의 약 3%를 가짜계정으로 추산한다. 전 세계 월간 활성사용자(MAU)가 22억이니 6600만개의 가짜 계정이 활동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페북 월 활성 사용자는 1800만이다. 일간 사용자도 1200만에 이른다. 한달 기준 50만이 넘는 계정이 거짓정보 유포나 판촉, 성매매 등에 쓰이고 있다.

물론 페이스북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인공지능(AI)이 가짜 계정이 생성되기 전에 98% 이상 걸러낸다. 나머지는 보통 하루 안에 잡아낸다. 물론 가짜로 확인된 계정에 한해서다. 불확실한 계정은 담당자가 직접 조사해 판별한다. 해당 내용은 인공지능에 학습된다.

페이스북 측은 “스팸 퇴치 핵심은 가짜 계정을 없애는 것”이라면서 “올 1분기에만 8억3700만개 스팸을 삭제하고, 5억8300만개 가짜 계정을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빈틈은 있다. 하루에 생성되는 페이스북 계정이 800만~900만에 달한다. 페이스북 모니터링이 완벽하지 않은 이상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99.9%를 걸러내도 하루에만 1000개가 넘는 가짜 계정이 자리를 잡는다. 산술적으로 따져도 1년이면 36만5000개 가짜계정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피해사례가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 가입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게 가짜계정 문제를 키운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페이스북 가입 때 성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지만 진위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 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만 확인되면 가입 가능하다.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 한 관계자는 “가짜계정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아도 사용자가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가짜계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핵심 사용자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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