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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웃으며 악수한 폼페이오-리용호, 비핵화 제재 압박 '신경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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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포토세션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있다. 오른쪽 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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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미국과 북한간 비핵화 외교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최고점과 최저점을 찍었다.(AP통신)", "양측이 악수와 상대를 향한 비판을 번갈아가며 나눴다. 악수와 잽을 주고 받았다.(워싱턴포스트)"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른바 '친서 외교'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념촬영 시 리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건네 눈길을 끌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친근감의 표시로 리 외무상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특유의 몸짓도 취재진들에게 포착됐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는 곧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하자 리 외무상이 "동의한다. 해야 할 많은 건설적 대화가 있다"고 화답했다고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이끈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역시 기념촬영 후 리 외무상에게 다가가 서류봉투를 건넸다. 봉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던 친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를 떠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대표단이 김 위원장의 서한에 대한 답신을 전할 기회도 있었다”며 리 외무상과 “정중”하고 “짧은” 만남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비핵화 로드맵과 제재수위를 놓고서는 북미 간 충돌이 이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비핵화한 북한'이라는 이 세계의 목표를 손상하는 어떠한 위반이든 미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날에는 북한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비핵화를 위한 유엔 제재를 계속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미국이 북한의 유엔제재 위반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친서를 전달하고 북한 외무상과의 우정을 표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양보의 자세 없이 압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리 외무상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 일정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떠나자마자 ARF회의 연설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핵시험과 로켓 발사시험 중지, 핵시험장 폐기 등 주동적으로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대한 화답은커녕 미국에서는 오히려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어 "국제사회는 응당 우리가 비핵화를 위해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조선반도의 평화보장과 경제발전을 고무 추동하는 건설적 조치들로 화답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북한이 단계적 이행을 요구했다"며 "리 외무상이 미국의 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공식화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반면, 북한측은 6·12 북미회담 당시 공동성명에 담긴 동시적·단계적 이행을 촉구한 것이다.

WP는 "북미 외교관들이 악수와 잽을 주고 받았다"며 이 장면이 지난달 6~7일 폼페이오 장관이 '생산적 대화가 오갔다'고 3차 방북을 평가한 것과 달리,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외무성 담화를 즉각 발표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양측의 불협화음은 비핵화 보상의 속도에 대한 양측의 인식 간극에 따른 것"이라며 "협상으로 가는 길에 놓인 또 하나의 장애물"이라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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