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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119소방대원들의 폭염나기 르포…"올핸 정말 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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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장비 착용하고 화재현장서 화마와 싸워야

"폭염에도 국민 생명과 재산 지키는 사명 다할 것"

뉴스1

신고를 받고 출동한 종로119안전센터 소방대원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화재 진압을 마친 후 띰을 닦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7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2018.8.3/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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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3일 오후가 되자 서울 시내의 기온은 38도를 육박했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에 총 30㎏에 달하는 장비와 방화복을 갖춰 입으니 온 몸에서 땀이 쏟아졌다. 소방 경력 30년 차의 이경재 소방위(55)는 "올핸 정말 더운 것 같다. 이렇게 더웠던 적이 언제였나 싶다"고 했다.

"화재 출동, 화재 출동…."

3일 낮 12시12분, 종로119안전센터에 출동 신고가 들어오자 소방대원 5명이 급하게 소방차에 올랐다. 두터운 방화복을 5초도 안 되는 시간에 빠르게 챙겨 입은 대원들은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벽화마을로 향했다.

사이렌과 함께 6분 만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주택가 골목에서 발생한 화재라 소방대원들은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뛰어 올라갔다. 3층 건물 창문 틈으로 검은 연기가 나왔다. 메스꺼운 냄새를 맡은 소방대원은 "주방에서 음식이 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화재는 한 어르신이 깜박 잊고 가스레인지 불을 켜놓고 나가 발생한 것이었다. 이웃 주민의 빠른 신고와 출동 덕분에 불길은 비교적 신속하게 잡혔다.

현장을 살피던 소방대원들은 그제야 안심이 된 듯 방화복을 벗고 땀을 닦았다. "큰 불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는 김동규 소방교(36)의 얼굴에는 땀이 주룩주룩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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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출동한 종로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차에서 호스를 빼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7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2018.8.3/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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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불까지 확인하고 상황이 종료된 것을 체크한 시간은 낮 12시31분, 서울 기온은 37도를 가리켰다. 다행히 큰 화재가 난 것은 아니었지만 소방대원들에게 30㎏에 가까운 방호헬멧과 방화복, 안전화, 공기호흡기, 연기투시기, 무전기 등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고역이다.

가만히 서있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소방대원들은 이 무시무시한 방화복과 장비를 입고 불길에 뛰어 든다. 500도가 넘는 불길 속에서 10분 이상 버틸 수 있게 제작된 방화복은 무게가 4㎏이고, 산소통은 12㎏이다.

그 어려움에 좀 더 공감해 보기 위해 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장비를 갖춰 입었다. 한증막에 들어온 것 같다. 금세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에 겁까지 난다. 발걸음을 떼기도 쉽지 않은데 이 상태로 최소 30분에서 몇 시간씩 화재 현장을 버텨내야 한다. 이경재 소방위는 "아무리 더워도 우리를 지켜주는 소중한 장비이기 때문에 견뎌야 한다"고 했다.

소방센터로 복귀한 대원들의 얼굴은 이미 땀범벅이다. 온 몸이 땀에 젖은 이동명 소방교(33)는 시원한 물을 연신 들이켜며 "꿀맛 같다"고 했다.

올해같이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철에 소방대원들의 체력소모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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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출동한 종로119안전센터 소방대원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화재 진압을 마친 후 장비를 차에 싣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7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2018.8.3/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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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방교는 "체력 관리를 해도 2~3㎏은 금방 빠진다. 특히 올해 여름은 확실히 더 더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샤워를 해도 소용이 없다. 언제 출동해야 할지도 모르고, 소방서를 나가는 순간 바로 땀에 다 젖는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소방대원들이 단순히 불만 끌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재 작업 외에도 벌집제거, 승강기사고, 화재시설 점검 등도 한다. 이날도 화재 작업을 마친 소방대원 2명은 인근 쪽방촌에 살수작업을 하러 나섰다.

폭염 취약계층인 쪽방촌 사람들에게 살수작업은 가뭄에 단비와 같다. 물을 뿌리자 확실히 지열이 줄어 선선한 느낌이 들었다. 30분에 걸친 작업 속에 모자와 유니폼이 완전히 다 젖은 이동명 소방교는 "힘들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웃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방대원들은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사명감으로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소방위는 "시민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소방관의 역할"이라며 "폭염 속에서도 소방관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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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119안전센터의 소방대원이 3일 서울 종로구 쪽방촌 살수작업을 마친 뒤 땀을 닦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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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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