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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공격' 아닌 '연대' 강조한 광화문 '불편한용기' 4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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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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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몰카 사건’으로 촉발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4차를 맞았다. 4일 집회가 예고된 오후 4시가 되기도 전에 이번 집회의 드레스코드인 ‘빨강’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최 측 추산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은 7만명이었다. 경찰 측은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북측에 질서유지 펜스를 치고, 안전유지를 위한 경비 병력 약 2800명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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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참가자가 든 피켓.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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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펜스 안쪽으로는 ‘성별이 여성인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허가 외 촬영 금지’, 여성 경찰의 입구 경비 등 이전 시위에서 있었던 ‘스트리밍꾼(실시간 방송으로 집회 참가자들 얼굴을 찍으며 공개하고 다니는 사람)’이나 집회 방해자들을 차단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신원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입만 뚫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모자나 손수건, 양산 등으로 햇빛을 가렸다. 낮 최고기온 37도의 무더위에 대비하기 위해 얼음물과 손 선풍기 등을 가져온 사람, 이마에 ‘쿨패치’를 붙인 사람도 많았다.

“불법촬영 기소유예 말이 되냐” “인천경찰 드론몰카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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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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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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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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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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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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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집회 때 ‘재기해’ 등 남성혐오 표현, 문 대통령을 암시하는 등의 정치적인 내용으로 구설에 올랐던 바 있는 주최측 ‘불편한용기’는 이번 집회를 앞두고 극단주의 사이트 ‘워마드’나 정치적 비난을 받을 소지를 최대한 억제했다. 이들은 사전 공지에서 “워마드나 정치적인 질문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있도록, 원색적인 비난과 심한 조롱의 피켓등은 자제하달라”고 참가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래서인지 이전 집회와는 달리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멘트, 정치적 수사를 제외하고 ‘몰카’에 집중된 피켓 구호가 많았다. “My life is not your porn(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모든 한국남자는 범죄자다. 찍는놈 올리는놈 보는놈 방관하는놈” “시위는 내가 참가할게, 제대로 된 답변은 누가 할래” “전부 수사해” 등이 눈에 띄었다.

또한 이날 집회는 과격하게 특정인을 공격하기보다는 불법촬영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경과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등 절제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최측에서 미리 구호를 제작해 배포했고, ‘선창’을 희망하는 사람이 무대로 올라가 구호를 외쳤다. 총 90명이 똑같은 내용의 구호를 저마다의 목소리로 선창했고, 광장에 앉은 나머지 참가자들은 따라하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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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불편한용기' 4차집회, 광화문.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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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허상의 여성성을 꾸며야 할 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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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불편한용기' 4차집회, 광화문.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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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재판을 규탄하기 위한 ‘재판 퍼포먼스’, ‘꾸밈노동’에서의 해방을 선언하기 위한 삭발식 등도 진행됐다. 삭발식에 참석해 긴 머리를 짧게 자른 참가자는 “저는 화장을 한 제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제 민낯이 부끄러웠다”면서 “저는 서비스직이라 앞으로 허상의 여성성을 꾸며야 할지 모르지만 여기 계신 분들과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삭발식에서 삭발을 한 참가자는 “어릴때부터 수많은 불법촬영 기사를 보고 자랐다”며 “우리들의 소망은 남성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남성들이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을 우리에게도 요구하는 것이다”라며 울먹이며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지켜보던 스태프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기도 했다.

“우리가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이유는 분노였으나 이 자리에서 확인한 건 자매들의 마음속에 쌓여 있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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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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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겪는 고통 때문에 나왔다”는 주최측 발언자의 말처럼 ‘분노’로 촉발된 이날 집회 현장에는 ‘연대’의 물결이 흘렀다. “이 집회는 평범한 여성 한 명 한 명이 만들어가는 집회다. 익명으로 진행해 한국의 모든 여성을 대변하려고 한다”는 사회자의 말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지난 3차의 집회와 구호는 대동소이했지만, “서로의 눈을 보고 ‘고생 많았다’ 이야기 해 달라. 우리는 우리의 용기와 노고를 칭찬하고, 칭찬받아야 마땅하다”며 서로의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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