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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여전한 투명치과 논란, 이제는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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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의 끝없는 고통… 기다림에 무자격자 시술, 감염까지 ‘이제나 저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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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3시, 4층 규모의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압구정 투명치과 본관은 닫혀 있었다. 불조차 꺼져있었다. 청소는 하는지 그리 어지럽혀지거나 더럽진 않았다. 별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층 건물 중 지상 3층까지 투명치과 간판이 붙었지만 실제 사용하고 있는 층은 3층 뿐이었다.

앞선 보도와 달리 긴 줄은 보이지 않았다. 오후 시간 때이기도 했지만 지난달 25일 치과가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완성했다며 기존의 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온라인으로만 진료예약을 받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건물 밖이 조용하다고 내부까지 조용한 건 아니었다.

3층에 들어서기 전부터 계단을 오르내리는 환자들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치과 내부는 문을 열고 들어가기조차 힘들만큼 많은 환자들로 붐볐다. 모두 온라인 예약을 마치고 진료를 기다리는 이들인 듯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다림은 디지털의 발달로도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고성도 끊이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치과에서는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A양과 그 부모가 치과의 한 남직원에게 뭘 해줄 수 있냐며 따져 묻고 있었다. 들어보면 대략 A양은 약 2달 전 진료를 받고 8월 2일 진료예약을 잡은 후 내려갔다.

하지만 투명치과 '먹튀(먹고 튀는)'논란이 불거진 후 지금까지 어떤 연락도 없어 예약당일 상경했다가 봉변에 가까운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A양 아버지는 '사건의 전말에 대한 해명은커녕 예약취소 문자나 온라인으로의 예약방식 변경에 대한 일체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이에 직원은 '환불은 해줄 수 없다. 환불을 받으려면 경찰이나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할 것이다. 진료를 원한다면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고 다시 와야한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병원의 사정에 대해서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성을 잠재운 이는 같은 환자였다. 그는 '여기 있는 모두가 같은 사정이고 심정이다. 대구에서 왔다지만 나는 외국에서 왔다. 못미덥다면 비행기 티켓이라도 꺼내 보여주겠다. 조용히 기다리다 진료 받고 가시라'면서 이들을 자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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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최소 1300명, 구제될까?

대구에서 올라온 A양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진료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데다 카드 할부로 진료비를 결제해 추가 인출을 막을 방법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소비자원은 오는 14일까지 신청을 받아 선납진료비에 대한 집단분쟁조정을 시작했다.

소비자원은 '투명치과의원에서 진료비 선납 후 치아 교정치료를 받던 중 진료가 중단된 소비자의 경우 진료비영수증이나 의료비공제내역서, 카드이용확인서, 이체내역처럼 결제자가 확인되는 증빙자료가 있을 경우에 한해 개인당 1회 신청이 가능하다'며 신청기일과 첨부자료를 잘 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여기에 진료 중단 등의 사유로 피해를 본 이들 중 병원비를 카드할부로 결제한 경우 할부결제한 가맹점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소비자가 남은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인 '할부 항변권'을 신청해 지급을 중단시킬 수 있다.

투명치과 관할 경찰서인 서울 강남경찰서에서는 투명치과와 해당 치과원장에 대한 고소고발을 경제5팀에서 전담해 소장을 접수해 검찰송치와 수사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1000명의 고소장을 검찰에 송치했고, 300여명의 추가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다.

문제는 치아교정의 특성상 오랜 기간 진료를 받아야하는데다 이미 치료를 받은 기간이 긴 이들의 경우 고소고발과 집단분쟁이 진행된다고 해도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진료를 받아오며 변화한 치아의 상태나 치료배경 등 진료정보를 받을 수 없어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2년간 치료를 받아온 C씨는 '고소도 피해구제도 했다. 하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이에 문제가 생길까봐 제일 걱정'이라며 '지금 두려운 건 치과에서 더 이상 진료를 안하는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진료기록부 발급 등 행정업무가 마비돼 다른 병원으로 가기도 힘들다고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주변에서 치과를 운영하며 피해환자들의 진료를 봐온 몇몇 치과원장들에 따르면 환자들의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일부는 투명교정이라며 발치를 하거나, 발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발치를 해 치열이 고르게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들도 일부 확인됐다.

투명치과 근처 압구정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D 원장은 '진료차트나 이전 상태에 대한 자료가 없어 어떤 치료들이 이뤄졌는지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건 투명치과 내에서도 그랬던 듯하다. 치료에 계획도 일관성도 없어보였다'면서 피해자들의 치아건강을 우려했다.

이어 '금전적 손해는 어떻게든 회복이 가능하지만 한번 이가 상하면 복구할 수 없지 않냐'면서 '피해자들의 치아건강을 위해서라도 손해배상이나 피해구제와는 별도로 환자들의 치과치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연계방안 등을 정부가 검토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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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빈틈 노려 3번째… 재발 방지대책은 '자율징계권' 부여가 전부?

그러나 피해구제나 환자들의 치아건강을 위한 조치가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에 대한 피해구제는 한국소비자원에서 전담하고 있지만 이번 투명치과 건에 한해서만 진행하며 선납진료비만 다룰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쉽지만 치과의 개설과 운영, 의료법 관련 제도와 문제를 다루는 보건복지부,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투명교정기나 관련 특허에 대한 사항을 검토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에도 관련 법이나 제도의 위반사항 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를 비롯해 여론의 관심이 많은 사안으로 관계부처와 부서 간의 협력을 통해 보다 면밀히 법 위반 여부 등을 살피겠다. 그 일환으로 월요일(6일)에 보건소와 식약처 합동으로 현장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발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 등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는 못했다. 구강생활건강과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의사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자정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율징계권에 대한 실무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언급한 게 전부다.

경찰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한 법적 문제를 수사하고 처벌할 계획'이라며 선을 긋고 관련 문제나 제도개선 등은 복지부의 업무영역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사건을 접한 한 치과계 관계자는 '원로들의 이야기로는 알려진 투명치과와 그 이전인 압구정 화이트치과 외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문제가 된 적이 1번 더 있다고 한다'면서 유사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법의 사각을 교묘히 파고든 의도된 범죄라고 볼 수 있다. 보다 촘촘한 법체계가 구축돼야 재발방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금전적 문제를 넘어 불법시술과 감염 우려가 커지는 등 진료의 질이 하락해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봐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2일 방문한 투명치과에는 4명의 치위생사와 간호사가 대부분의 시술을 담당하고 있는 듯 보였으며 1명의 치과의사가 주요한 처치만을 담당하고 있었다. 환자들은치과에서 재사용 의료기기의 세척이나 멸균 등 감염예방을 위한 행동이나 장비는 눈에 띠지 않는다며 불안해했다.

한 환자는 어렵게 투명치과에서 예약을 잡아 진료를 받을 때면 헤르메스 포진이 입 주변으로 번졌다며 '진료가 끝날 때마다 기구를 소독하거나 바꿔야하는데 그런 것이 안보였다. 기구를 돌려쓰는 느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투명치과를 둘러싼 논란과 소문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투명치과를 매각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소문부터 강 원장의 재산 이전이 마무리된 만큼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이에 환자들은 불안에 떨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1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환불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정상적인 진료만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바라는 모습도 보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쿠키뉴스 오준엽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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