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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목숨 끊어도 ‘유작’으로 부활…사라지지 않는 몰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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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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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한 번 유포가 되면 제가 고인이 돼도 그 영상은 죽지 않아요. 자살하면 ‘유작’이라는 제목으로 재유포가 되기 때문에.”


디지털 성폭력 영상 피해자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도 영상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유작으로 포장되어 다시 업로드됐다. 다운로드 비용은 고작 100~150원이었다.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웹하드 속 불법 동영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파헤쳤다. 그 안에는 헤비업로더와 웹하드 업체 사이 은밀한 연결고리가 존재했다.

“회사 자체 아이디로 성인물을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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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웹하드 업체 직원 B씨는 “성인자료는 꾸준히 잘 팔리는 콘텐트다. 웹하드 업체 내에서 성인물만 올리는 자체 아이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상사가 직원들을 모아놓고 “다른 대형 웹하드 사이트 보니 성인물이 끝도 없이 계속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불법영상 모니터링 부서가 있었지만, 디지털 성범죄 영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B씨는 “저작권 침해의 경우 벌금이 무서워 꼼꼼하게 확인하지만, 불법 성인동영상의 경우 피해자들이 요구해도 삭제 안 해주면 그만이니까요”라고 상황을 전했다.

“몰래 찍은 영상으로만 3000테라바이트 갖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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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50만편에 해당하는 용량의 불법 성인동영상을 갖고 있다며 자신을 헤비업로더라고 소개한 C씨는 “이거 말하면 P2P 사이트 폭발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웹하드 업체가 자신을 경찰로부터 보호해줬다는 것이다.

C씨에 따르면 경찰에서 불법 성인자료 게재 ID의 신상정보를 요구하면 업체는 중국인 등 가짜 명의를 보냈다. 업체 측에서 “영상을 삭제시킬 테니 ID를 바꾸라”거나 “IP주소를 바꾸라”고 먼저 요구하기도 했다. 영상 다운로드로 인한 수익은 전혀 작업하지 않은 다른 ID로 넣어줬다. C씨는 “경찰도 불법 영상을 올린 내역은 있지만 환전 내역은 없고, 명의가 중국인이라고 하면 손 놓는다”고 밝혔다.

“불법 영상 바로 없애버리니 회원이 사라져요”
전직 웹하드 사이트 대표는 원칙대로 불법 성인동영상을 바로 찾아 없애고, 공유한 회원들을 제재했더니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불법 성인동영상이 공유되는 다른 사이트로 사용자들이 이탈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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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활발히 운영 중인 웹하드 업체 측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불법 음란물이 올라와 있는 걸 확인했다”고 하자 어떤 영상인지 묻지도 않고 “어디서 확인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캡처한 화면을 증거로 제시하자 “팩스 번호 알려드릴 테니 그곳으로 연락하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업체 측은 “24시간 모니터링과 필터링을 통해 해당 영상을 포함한 성범죄 영상들을 발견 즉시 삭제하고 다시 유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업체 측의 양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웹하드 운영자가 (불법 영상 유포) 보호를 넘어 조종하고,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 관계다. 조금 더 나아가면 웹하드 업체가 교사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자에 대한 제보 진술을 더 확보해 치밀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련 변호사 역시 “영리 목적으로 수익을 얻는 과정에 누군가가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상처받고 피해를 본다면 범죄 수익에 대해 적극적으로 몰수 추징할 수 있는 규정을 둬 ‘패가망신할 수도 있구나’ 생각이 되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업체들이)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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