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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신제품 온라인 홍보했더니 매장 방문객 두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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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재홍의 퓨처스토어(10)
35년간 의류 수출 무역업을 해온 베테랑 사업가 박 대표는 최근 독특한 사업에 도전했다. 그는 환자를 위한 변기 부착 침대를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개인적인 계기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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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핸즈 변기부착침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수세식 변기가 부착되어 있다. [사진 마더스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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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5년 넘게 직·간접으로 간병하는 과정에서 기저귀로 어려움을 겪었다. 기저귀를 사용하는 환자가 수치심을 느낄 뿐 아니라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변을 편하게 하기 위한 환자용 팬티를 제작해 보았지만, 침대가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노부모를 간병할 때 모두가 부닥치는 문제인 만큼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벤치마킹할 제품이 없어 수차례 생산방법을 바꾼 끝에 시제품을 완성해 특허 등록을 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지금의 다기능 변기 부착 침대를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제품 개발 기쁨도 잠시, 제품 판매의 과제가 다가왔다. B2B 영업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면서 개발의 동기를 얻은 만큼 가정에서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이 되고 싶었다. 이제 어떻게 고객을 만나고 제품을 판매해야 할까?

고객 접점 확보 어려운 ‘고관여제품’
박 대표가 개발한 환자용 침대처럼 일반적으로 값이 비싸거나 중요하고, 잘못 구매했을 때 위험성이 큰 제품을 마케팅 용어로 ‘고관여제품’이라 한다. 고관여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사람은 올바른 구매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정보를 탐색하고 다양한 대안을 비교하며 결론을 내린다.

전시회나 매장과 같은 오프라인 공간은 이러한 소비자의 정보 탐색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눈으로 꼼꼼히 살펴보고 사용해 볼 수 있으며, 점원과 대화 나누며 제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구나 자동차, 가전제품과 같이 고관여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경우 쇼룸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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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인 'KIMES 2016(국제 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에 참가한 한 업체가 수술대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조명기구를 선보였다(본문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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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우선 사무실 한쪽에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해 처음으로 제품을 알리고 잠재 고객을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전시회를 통해 많은 전문가와 해외 바이어에게 제품을 소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가정에서 제품을 사용할 개인 고객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많은 사장님이 공감하겠지만, 오프라인 공간의 홍보만으로 판매가 잘 이뤄지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대부분의 잠재 소비자가 우리 회사와 제품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표가 개발한 의료용 침대처럼 소수의 특정 고객층만 관심을 갖는 제품의 경우 설령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비싼 돈을 들여 입점한다고 하더라도 고객과의 접점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그때 IT업계에 종사하던 사위가 박 대표에게 “온라인 홍보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제안을 했다. 박 대표는 익숙하지 않지만 온라인 마케팅을 해 보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홍보는 오프라인의 물리적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나 데스크톱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잠재 고객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 환자용 침대보다 고가인 자사 제품을 고객이 온라인에서 구매 결정까지 바로 내기리는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에서 관심 가질 만한 고객을 발굴한 뒤 이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우선 ‘환자용 침대,’ ‘가정용 병원 침대’ 등 집에서 검색할 만한 키워드로 최소한의 온라인 광고를 시작했다. 분석 서비스를 이용해 홈페이지, 키워드 광고 통계를 살펴보며 잠재 고객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거의 방문이 없던 홈페이지에, 하루 수십명씩 방문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 내용도 개편했다. 본래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처럼 구매를 바로 할 수 있도록 제품과 가격 정보가 나와 있는 페이지였다. 판매 정보를 없애고, 대신 홈페이지에 들어온 고객이 왜 이 침대가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첫 화면에서 어떤 고객이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와 제품의 사용 방법, 제품만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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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핸즈 샤워기. 환자가 배변 후 침대에 부착된 샤워기로 간단하고 청결하게 세척이 가능하다. [사진 마더스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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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과제는 정보를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고객을 오프라인 전시장으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온라인상의 고객이 말을 걸기 가장 빠르고 편리한 방법을 채택했다. 전화번호는 눈에 띄기 좋은 곳에 노출했으며, 고객이 홈페이지상에서 담당자와 바로 상담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채팅 버튼을 달았다.

채팅 상담, 전화 상담보다 고객 문의 많아
특히 클릭 한 번만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채팅 상담은 전화보다 가볍게 상담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고객 문의를 끌어올 수 있었다. 문의한 고객에게는 전시장에서 체험 가능하다는 정보를 전달하며 방문을 통한 직접 체험을 유도했다.

놀랍게도 홈페이지에 들어온 고객 중 약 10%가 온라인상에서 상담원과 대화했고, 그들 중 상당수가 전시장을 찾았다. 그 결과 전시장에서 물건을 직접 확인한 고객의 절반 이상이 제품을 구매하는 성과가 나왔다. 온라인 홍보를 시작한 후 매장 방문객이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매출 또한 증가했다.

오늘날 이미 전체 고객의 81%는 덩치 큰 구매를 하기 전 온라인으로 탐색하고 있다. 이는 사장님들에게 매우 좋은 소식이다. 전략만 잘 세운다면 전통적인 제조, 유통업 종사자도 온라인 홍보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충분히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판매를 위해 온라인의 고객을 오프라인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일은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김재홍 조이코퍼레이션 부사장 press@zoy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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